횡령과 배임은 모두 본인과 상대방의 신임 관계를 위배하여 저지른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형태의 재산 범죄를 제재하려는 취지가 동일하기 때문에 형법 제355조에 나란히 규정되어 있으며 처벌 또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동일하다. 만일 업무상 임무를 위반하고 횡령이나 배임을 저지르면 이는 업무상 횡령과 업무상 배임이 성립하여 가중 처벌된다.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더욱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
두 범죄의 유사성은 대법원도 인정하는 사안이다. 대법원은 한 판례를 통해 배임과 횡령을 동일한 범죄 사실에 대해 단지 법률의 적용만 달리 하는 경우라고 보아 배임죄로 기소된 공소 사실에 대하여 공소장을 변경하지 않아도 횡령죄를 적용하여 처벌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횡령과 배임의 처벌 요건은 세세한 부분에서 구분되며 이에 따라 수사 단계는 물론 형사재판에서도 대응 방법이 달라져야 하므로 실제 사건에 휘말렸을 때에는 양 자의 차이점을 분명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우선 횡령과 배임은 범죄의 주체라는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횡령죄의 주체는 재물을 보관하는 자로 이 때 보관은 재물에 대한 사실적인 지급이나 법률적인 지배 상태를 의미한다. 이와 달리 배임죄의 주체는 다른 사람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이며 이 때의 사무는 다른 사람과의 위탁이나 신임에 의한 사적, 공적 사무를 뜻한다.
범죄의 객체도 다르다. 횡령죄는 재물에 대한 범죄이지만 배임죄는 재산상 이익에 대한 범죄이기 때문에 배임죄의 객체가 더 넓은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유앤파트너스 이준혁 경찰출신변호사는 “실제 사례에서는 배임죄로 기소했다 하더라도 그 성립요건이 충족되지 않았을 때 횡령죄의 성립을 따져보거나 그 반대의 논리를 적용하여 사건을 검토하는 경우가 많아 두 가지 혐의에 대한 대응을 착실히 진행해야 한다. 횡령, 배임 처벌은 피해 액수에 따라 얼마든지 무거워질 수 있으므로 처음부터 꼼꼼하게 살펴보고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수 글로벌에픽 기자 epic@globalepic.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