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가 중간에서 양자의 갈등을 제대로 조율한다면 갈등을 봉합하고 상처를 치유하여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으나 배우자가 자신의 가족들의 입장에 이입하여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경우에는 고부갈등이나 장서갈등을 사유로 부산이혼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민법은 이러한 가족 간의 갈등을 재판상 이혼 사유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정확히 살펴보자면 민법 제840조는 ‘배우자나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를 재판상 이혼 사유로 정하고 있으며 법원 또한 이러한 경우에 해당하는 사안에서 부부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인 바 있다.
단, 단순히 사이가 좋지 않다거나 다툼을 벌인 정도로는 ‘심히 부당한 대우’로 인정되기 어렵고 동거 생활을 지속하는 것 자체가 고통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신체적, 정신적 학대를 당하거나 명예훼손, 모욕 등을 당하는 정도에 이르러야 재판상 이혼 사유로 인정된다.
고부갈등을 재판상 이혼 사유로 인정한 판례를 살펴보면 ‘심히 부당한 대우’의 수위를 짐작할 수 있다. 아내 A씨는 시댁에서 분가한 후부터 시어머니에 의하여 괴롭힘을 당하게 되었다. A씨의 시어머니는 주변 사람들에게 A씨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았고 A씨 앞에서 A씨 부모를 비하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또한 시어머니는 A씨의 두 자녀가 모두 딸이라는 이유로 A씨의 동서가 낳은 아들을 데리고 와 호적에 넣고 키우라는 발언까지 했다.
이러한 시어머니의 태도에 상처를 입은 A씨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앓게 되었으나 남편 B씨는 시어머니와의 사이를 중재하기는커녕 도리어 A씨에게 막말을 퍼붓고 술에 취해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등 만행을 저질렀다. 결국 A씨는 B씨를 상대로 재판상 이혼을 청구했으며 법원은 A씨 시어머니의 행동이 재판상 이혼 사유에 해당한다며 A씨의 청구를 수용했다.
법무법인YK 최아영 이혼전문변호사는 “상당히 드문 일이긴 하지만, 시어머니나 장인어른 등 배우자가 아닌 제3자로 인해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면 제3자를 대상으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도 있다. 다만 심히 부당한 대우가 있었다는 사실을 명확히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폭언, 폭력 등에 시달리게 되었을 때 이를 증거로 남겨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연장자를 향한 효(孝) 사상이 뿌리깊게 자리잡은 우리나라에서는 집안 어른을 상대로 법적 분쟁을 벌이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분이 적지 않다. 하지만 위자료 청구권 등은 개인에게 법이 보장하는 당당한 권리이므로 지나치게 위축될 필요가 없다. 철저한 사전 준비와 법적 대응을 통해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수환 글로벌에픽 기자 epic@globalepic.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