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에픽 이수환 기자] 임금체불은 우리나라의 근로자들을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문제로, 최근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기업 사정이 악화되면서 임금을 제 때 지급하지 않는 사용자가 늘어나 근로자들의 어려움에 빠트리고 있다.
임금체불은 정해진 날짜에 임금 전액을 직접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퇴사를 하는 근로자가 별다른 협의 없이 14일이 지나도록 퇴직금 등 금품을 청산 받지 못한 경우에도 인정된다. 또 노동관계법령에 따라 지급이 의무화 되어 있는 시간외수당이나 야간 수당, 휴일 수당, 연차 수당, 휴업 수당 등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경우도 임금체불에 포함된다.
노동부는 임금체불로 신음하는 근로자를 돕기 위해 ‘진정’ 제도를 통한 구제절차를 마련해 두고 있다. 임금체불을 당한 근로자는 임금체불진정서 등을 작성하여 각 지역에 있는 노동청에 사건을 접수할 수 있고 이후 담당 근로감독관이 배정되어 절차를 진행한다. 근로감독관은 체불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근로자와 사용자로 하여금 노동청에 출석하게 하여 조사하는데 이 때 출석하는 것이 유리하므로, 미리 근로감독관과 출석 가능한 날짜를 조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근로감독관은 사용자와 근로자를 함께 불러 대질조사를 진행하기도 하는데, 사용자를 마주하기 힘든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 미리 근로감독관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이 좋다.
임금체불 진정을 진행할 때에는 체불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필요한데 대개 근로계약서나 임금명세서, 취업규칙, 임금 지급통장 내역, 촐퇴근 기록, 구직 당시의 구인 광고나 통신매체를 사용한 대화 내용 등을 활용하게 된다. 이 밖에도 사용자와 직접 나눈 대화나 통화를 녹취한 자료나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나눈 대화도 증거로 쓸 수 있다.
진정 절차가 진행되는 도중 사용자 스스로 체불임금을 전액 지급하거나 근로자와 사용자가 합의에 이르러 근로자가 사용자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게 된다면 사건은 종결된다. 하지만 분명히 체불임금이 존재함에도 사용자가 이에 대한 지급을 거부하기만 한다면, 근로감독관은 사실 조사를 토대로 체불임금액을 확정하고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체불임금을 지급하도록 시정지시를 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체불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근로자는 근로감독관으로부터 ‘체불 임금등·사업주 확인서’를 발급받아 이를 근거로 하여 사용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며, 소송에는 비용과 시간이 소모되기 때문에 미리 근로복지공단에 ‘체불 임금등·사업주 확인서’를 제출하여 체당금을 신청함으로써 체불임금액 일부에 대하여는 지급받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근로감독관은 임금체불의 범죄를 저지른 사용자가 처벌되도록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할 수 있다. 근로자는 근로감독관의 조사결과 체불임금이 인정됨에도 사용자로부터 체불임금을 지급받지 못했을 때 혹은 체불임금을 지급받았더라도 사용자의 처벌을 원하는 경우, 근로감독관에게 고소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힐 수 있다. 검찰에 송치된 이후 형사처벌이 두려워 체불 임금을 주겠다며 합의를 제안하는 사용자도 종종 있는데, 이는 임금체불이 반의사불벌죄여서 피해자, 즉 근로자와 합의하여 근로자가 사용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 처벌받지 않기 때문이다.
법무법인YK 이민우 노동전문변호사는 “임금체불은 근로자의 생계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이기때문에 이를 근절하고 근로자를 신속히 구제하려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을 잘 알지 못해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불합리하게 포기하거나 제대로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근로감독관은 임금체불이라는 사실을 조사하여 확인하는 특별사법경찰이기 때문에 근로자들도 엄격하게 조사를 받아야 하고 객관적인 증거를 제출하여야 하나, 근로자들은 막연히 근로감독관을 ‘근로자의 편’으로만 여겨 조사에 소홀히 임하여 체불임금을 인정받지 못하거나 실제보다 적게 인정받는 경우도 적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설령 사용자에게 직접 임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체당금 제도 등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으므로 자신의 상황에 맞는 제도를 알아내어 적절히 활용한다면 문제를 타개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수환 글로벌에픽 기자 epic@globalep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