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에픽 이수환 기자] 2019년, 근로기준법에 직장내괴롭힘 금지 조항이 도입되며 직장내괴롭힘 근절을 위한 다양한 캠페인이 진행되었지만 오늘 날, 여전히 수많은 직장내괴롭힘 피해자가 양산되고 있다. 직장내괴롭힘은 사용자나 근로자가 직장 내 지위관계 등 우위를 이용해서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중앙노동위원회가 지난 2월 발표한 ‘2022년 노동위원회 사건 처리 현황 및 특징’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2021년보다 55%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기준법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했을 때 누구든 신고할 수 있으며 사용자는 신고가 접수되거나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인지한 경우, 지체 없이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사실 확인을 위한 객관적인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조사 결과에 따라 가해자에게 징계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이러한 의무를 위반할 경우 사용자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사용자에 대한 행정처분까지 예고하며 사용자의 조사 의무를 강제하는 이유는 직장 내에서 발생하는 각종 괴롭힘이 피해자의 인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직장 내 괴롭힘은 다른 사람들이 알 수 없도록 은밀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얼핏 보아서는 피해 사실이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상급자가 하급자를 대상으로 저지르는 직장 내 괴롭힘이 많아 피해 사실이 드러나더라도 오히려 피해자가 손가락질을 당하거나 사용자 또는 주변의 고위 직급 근로자들이 이를 무마하려 시도할 수 있다.
때문에 근로기준법은 사용자에게 사실 조사의 의무를 엄중히 부과함으로써 적극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법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근로자나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사용자가 직장내괴롭힘을 신고한 근로자나 피해자에게 해고 등 불리한 처우를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처벌 규정까지 마련해 두고 있다.
사용자에게 요구되는 이러한 의무는 갈수록 엄격하게 판단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후에도 끊임없이 사내 괴롭힘 문제가 발생하면서 고용노동부나 수사기관 등이 모두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객관적 조사가 이루어졌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시작한 것이다. 내부조사의 객관성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사용자는 조치를 취하고도 법적 책임을 지게 될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법무법인YK 조인선 노동전문변호사는 “조사의 공정성이 확인되지 않으면 후속 조치인 징계 처분 등에 대한 반감도 터져 나오게 되고 그로 인해 분쟁이 길어지며 불필요한 비용, 시간 소모가 발생하게 된다. 가급적 외부 전문가를 통해 공정한 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고용노동부나 수사기관의 조사에 대비하여 여러 근거자료를 갖추어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환 글로벌에픽 기자 epic@globalep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