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시민을 향해 최소 20곳 이상에서 50여 차례에 걸쳐 발포한 사실이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조사위) 조사 결과 드러났다.
조사위는 16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연 대국민보고회에서 광주·전남 지역의 계엄군 진압 작전을 재구성하고 총상에 의한 사망자·부상자를 지도상에 표기해 분석한 결과라며 이같이 밝혔다.
시민을 향한 계엄군의 구체적인 총격 횟수가 공식 기구의 조사를 거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년간 진행된 조사에서는 계엄군이 시민을 상대로 공격용 헬기 사격을 가한 정황, 희생자 시체가 조직적으로 은폐된 정황 등도 파악됐다.
조사위는 연말까지 추가 조사를 거쳐 내년 6월 공식 보고서를 발간한다.
조사위에 따르면, 계엄군의 첫 발포는 지난 1980년 5월 19일 오후 4시 50분께 광주고등학교 앞에서 시작됐다.
이어 20일 오후 11시께 광주역 인근에서 발포가 이뤄졌고, 21일에는 11공수여단과 7공수여단이 배치된 전남도청 일원뿐 아니라 3공수여단이 배치된 전남대 일원에서도 총격이 있었다.
병원 진료 기록과 보상심의서류를 분석한 결과, 총상 사망자는 총 135명이며, 부상자는 최소 300명이 넘었다. 특히 많은 피해자가 머리와 가슴 등 치명적 부위에 총격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위는 “당시 대대장의 체험수기와 1995년 검찰 진술, 현장 취재기자들의 증언을 통해 도청 앞 집단 발포 상황에서 공수부대가 흩어져 횡대로 ‘앉아 쏴’와 ‘서서 쏴’ 자세로 동시에 여러 곳에서 사격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우발적인 총격이 아닌, 의도적인 발포였다는 점이 재확인된 것이다.
조사위는 또 발포 지휘계통과 연관된 중요인물 70여 을 조사한 결과가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에게 발포 책임이 있음을 시사한다며 첨단 조사기법을 동원해 책임 소재를 명료하게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코브라 공격헬기에서 20㎜ 벌컨 연습탄 사격이 이뤄진 정황이 발견됐다. 조사위는 헬기 사격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 조선대 절토지에 대해 지난해 3월 현장조사를 실시해 20㎜ 벌컨 연습탄두 1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조사위가 파악한 사망자 시신 암매장 장소는 53개소에 달한다.
이 가운데 광주교도소에 암매장됐던 다수 사망자 시체가 31사단 영내로 옮겨졌다가 처리됐다는 당시 계엄군 병사들의 증언이 확보돼 진위를 확인 중이다.
조사위는 최근 전남 해남군 백야리 예비군훈련장에서 여러 구의 신원 미상 유골을 발견했으며, 5·18 희생자일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하고 있다.
이밖에 조사위가 후유증 피해자들을 분석한 결과, 5월 18일 부상자 442명 중 44명(10%), 19일 부상자 431명 중 58명(13%), 20일 부상자 308명 중 59명(19%), 21일 부상자 346명 중 108명(31%)이 장애 9등급 이상의 중증 장애를 얻었다. 18일 이후 갈수록 시위 진압이 더욱 폭력적으로 변모한 것으로 분석된다.
행방불명자들의 생사와 살아 있다면 현재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도 밝혀내야 할 과제다. 조사위에 따르면,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행방불명된 것으로 의심되는 아동·청소년이 최대 69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조사위는 2018년 제정된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2019년 12월 26일 시행됨에 따라 출범했다.
조사위는 오는 12월 26일 조사를 종료하고 내년 6월 종합보고서를 채택해 대정부 권고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박현 글로벌에픽 기자 neoforum@globalep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