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로 인해 사망자가 발생하는 산업재해치사 사건이 발생하면 해당 사업장의 경영책임자나 현장 관리자, 다른 근로자 등은 형법상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중대재해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된다.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산업재해를 중대재해로 분류하는 점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이든 중대재해법이든 유사한 점이 있다. 하지만 산업재해치사에 대한 책임을 지는 관리자의 범위는 양 법이 매우 상이한 내용을 담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안전보건조치를 다하지 않아 산업재해치사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담하는 안전보건관리 책임자나 안전보건총괄책임자 등을 처벌하도록 규정하는 반면, 중대재해법에서는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하여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전에는 근로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하더라도 CEO가 안전보건관리 책임자나 안전보건 총괄책임자로 인정되지 않아 현장 관리자만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을 뿐 사업주, 경영책임자가 처벌을 받는 경우가 매우 드물었다. 하지만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산업재해치사 사건에 대해 해당 법이 적용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CEO가 처벌을 받는 사례 역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산업재해치사 사건에서 고용노동부는 총 52건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으며 이 중 24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같은 해 검찰은 11건을 기소했으며 올해 7월까지 총 3건의 판결이 있었다. 3건의 판결 모두 중대재해 사망사고에 대한 CEO의 유죄를 인정하는 내용이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사업장 종사자들의 안전권을 확보하고 안전관리 시스템의 미비로 반복되는 중대재해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CEO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법무법인YK 조인선 노동전문변호사는 “중대재해법은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에 비해 상대적으로 포괄적인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CEO가 처벌될 가능성이 커졌다. 기업에 별도의 최고보안책임자(CSO)가 선임되어 있다 하더라도 CEO를 중대재해법상 경영책임자로 판단하게 되며 이전에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한 전력이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전력이 확인되면 처벌이 더욱 무거워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막연한 우려만으로는 산업재해로 인한 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할 수 없기 때문에 중대재해법의 취지와 법이 정한 의무 사항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으며 예기치 못한 산업재해치사 사고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처벌 가능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환 글로벌에픽 기자 epic@globalep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