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방산시장에서 K-방산의 존재감이 점점 커지는 있다. 올해도 굵직한 방산 수주가 잇따르면서 정부의 '4대 방산 강국' 목표에 한 발짝 더 다가가는 모습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방위산업 수출은 약 140억달러(약 18조6천억원)로, 2년 연속 세계 '톱10' 방산 수출국에 이름을 올렸다.
작년 실적은 당초 목표였던 200억달러에는 못 미치고, 전년도 실적인 173억달러보다 줄어든 규모지만, 질적으로는 성과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방산 수출 대상국이 2022년 폴란드 등 4개국에서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 핀란드, 노르웨이 등 총 12개국으로 늘었고, 수출 무기체계도 6개에서 12개로 다변화됐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방산 수출전략 회의'에서 2027년까지 '세계 4대 방산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면서 이를 달성하기 위한 추진 전략을 발표했다.
올해 초 발표한 '2024년 경제정책 방향'에서도 방산 기술을 신성장·원천기술로 지정해 수주 확대를 뒷받침하고, 권역별·거점국 진출 전략을 차별화하겠다고 밝혔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자료에 따르면 2018∼2022년 한국의 세계 무기 수출시장 점유율은 2.4%로 9위를 기록했다.
세계 방산 수출 시장은 미국(40%)이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러시아(16%)와 프랑스(11%)가 미국과 함께 상위 3위권을 형성한다. 이어 중국(5.2%), 독일(4.2%), 이탈리아(38%), 영국(3.2%), 스페인(2.6%) 등의 순이다. 한국(2.4%)과 4∼8위 간의 점유율 격차는 최대 3% 내외로 크지 않다.
올해는 특히 대규모 수주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6일 LIG넥스원은 사우디아라비아와 32억달러(약 4조2천500억원) 규모의 한국형 탄도탄 요격미사일 체계인 '천궁-Ⅱ'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업계가 예상했던 2조6천억원 규모를 크게 웃도는 것이어서 주목을 끌었다.
세계 주요 방산 업체 가운데 최근 2년간 수주 잔량이 가장 많이 늘어난 것으로 평가받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올해 수조원대의 추가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작년 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 2년간 수주 잔량이 24억달러(약 3조900억원)에서 152억달러(약 19조6천억원)로 6배 이상 불어나 주요 방산 업체 중 증가율 1위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현재 루마니아에 K-9 자주포를 수출하는 협상을 진행하고, 폴란드에는 다연장 로켓 천무에 대한 2차 실행계약 체결을 추진 중인것으로 전해진다.
인도와는 자주포 추가 도입 사업 협상에 나섰고, 루마니아, 폴란드 등과는 지난해 호주로 수출에 성공한 차세대 보병전투장갑차 레드백의 수출을 논의하는 등 다양한 국가와 무기 체계 계약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져 올 한 해 동안 굵직한 수주 소식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과 경공격기 FA-50 등을 생산하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지난해 3조8천억원대의 역대 최대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해도 중동·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대규모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KAI는 현재 이집트와 FA-50 수출 물량을 논의하고 있고, 슬로바키아의 고등훈련기 교체 사업과 미국의 공군·해군 훈련기 도입 사업 수주를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K-2 전차를 앞세운 현대로템은 재작년 폴란드와 1천대 규모의 K-2 전차 수출 기본계약을 맺고 1차 계약분 180대에 이어 현재 820대에 대한 잔여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루마니아와 리투아니아 등 유럽 국가들의 'K-2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어 추가 수주 가능성이 점쳐지는 등 올해도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선 대규모 수출길을 열기 위해서는 정부의 수출금융지원 체계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는 "K-방산 수출금융지원 확대를 위한 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어 업계의 우려가 크다"며 "여야가 국익 차원에서 뜻을 모아 입법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수 글로벌에픽 기자 lss@globalep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