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 화이자가 암 환자의 식욕 부진과 체중 감소를 유발하는 치명적인 질환인 '암 악액질' 치료제 개발에 청신호를 켰다고 미국 경제방송 CNBC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화이자는 암 악액질 치료를 위한 실험 약물 '폰세그로맙'의 2상 임상시험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암 악액질은 암 환자의 식욕과 체중을 감소시키는 흔하고 심각한 질환으로, 전 세계적으로 약 900만 명이 앓고 있다. 이 질환을 앓는 암 환자의 80%는 진단 후 1년 이내에 사망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폰세그로맙, 체중·근육량·삶의 질 개선 효과 확인
화이자에 따르면, 폰세그로맙을 투여받은 암 악액질 환자들은 체중, 근육량, 삶의 질, 신체 기능이 개선되었다. 이는 폰세그로맙이 미국에서 암 악액질에 대해 특별히 승인된 최초의 치료제가 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폰세그로맙은 악액질의 주요 원인인 'GDF-15'라는 단백질의 수치를 낮추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GDF-15는 뇌의 특정 수용체에 결합하여 식욕에 영향을 미치는 단백질로, 만성 질환이나 암 환자에게서 수치가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상 임상시험, 유의미한 체중 증가 확인
이번 2상 임상시험은 비소세포폐암, 췌장암, 또는 대장암을 앓고 있으며 GDF-15 수치가 높은 187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12주 후, 가장 높은 용량(400mg)의 폰세그로맙을 복용한 환자는 위약군에 비해 체중이 5.6% 증가했다. 200mg 또는 100mg 복용 환자도 각각 약 3.5%, 2%의 체중 증가를 보였다. 전문가 작업 그룹은 5% 이상의 체중 증가를 "암 악액질 환자에게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로 정의하고 있다.
화이자는 폰세그로맙 투여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은 관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재 규제 당국과 후기 단계 개발 계획을 논의 중이며, 2025년 승인 신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암 환자 삶의 질 개선 기대
화이자의 샬럿 앨러튼 연구개발 책임자는 "폰세그로맙이 암 환자의 치료에 적합하고, 악액질에 대한 충족되지 않은 요구를 해결하여 환자의 웰빙과 자기 관리 능력을 개선하고, 추가 치료를 견딜 수 있는 능력을 갖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임상 결과는 암 악액질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시한다. 폰세그로맙이 성공적으로 개발되어 상용화될 경우, 암 환자의 삶의 질 개선과 생존율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규환 글로벌에픽 기자 globalepic7@kaka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