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1(목)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심화 속 보호무역주의 심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사진=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사진=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들에게 미국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칩 사용을 제한하고 국산 칩 구매를 압박하고 있다고 타이페이타임즈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의 이 같은 조치는 자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과 미국의 제재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한 타이페이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중국 규제 당국은 기업들이 AI 모델 개발 및 운영에 사용되는 엔비디아의 H20 칩 구매를 막고 있다. 중국 정부는 미국과의 긴장 고조와 자국 AI 스타트업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우려해 전면적인 금지 대신 '지침' 형태로 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중국 국내 AI 칩 제조업체의 시장 점유율 확대와 국내 기술 기업의 추가 미국 제재 대비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캄브리콘 테크놀로지스와 화웨이 등 자국 AI 칩 제조업체를 육성하고 있으며, 이번 조치를 통해 이들 기업의 성장을 촉진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미국은 2022년 엔비디아의 최첨단 AI 칩 중국 판매를 금지하는 등 중국의 기술 발전을 견제해왔다. 엔비디아는 이후 미국 상무부 규정에 맞춰 일부 칩을 수정했으며, H20 라인은 이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최근 몇 달 동안 산업정보화부 등 여러 규제 기관을 통해 엔비디아 칩 사용을 줄이도록 유도하는 '윈도우 지침'을 발표했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기업들이 화웨이나 캄브리콘 등 국내 공급업체에 의존하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들이 최고의 AI 시스템을 구축하기를 원하며, 필요하다면 외국 반도체 구매도 용인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바이트댄스, 알리바바 등의 투자와 수많은 스타트업의 활약으로 AI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중국의 H20 칩 제한 조치를 무시하고 추가 제재 가능성에 대비해 칩을 비축하는 동시에, 중국 정부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화웨이 칩을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고객에게 최선을 다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미국 정부의 제한 요구 사항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전 세계 데이터 센터 운영업체들의 수요 증가로 매출이 급증했으며, 중국 시장은 여전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엔비디아는 7월 분기에 홍콩을 포함한 중국에서 37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증가한 수치다.

타이페이타임즈에 따르면 콜렛 크레스 엔비디아 CFO는 "중국 데이터 센터 수익은 2분기에 연속적으로 증가했으며, 향후에도 중국 시장은 매우 경쟁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중국 칩 설계 및 제조업체들은 엔비디아의 대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기술 격차가 크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부문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국산 AI 칩은 엔비디아 제품에 비해 성능이 뒤처지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의 엔비디아 칩 사용 제한 조치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중국은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통해 미국의 압박에 대응하고 기술 자립을 이루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이 엔비디아 칩을 완전히 대체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 격차를 좁히고 국산 칩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은 중국의 기술 발전을 견제하기 위해 추가 제재를 검토하고 있으며, 이는 미·중 갈등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양국 간 긴장 고조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한국 등 관련 기업들은 불확실성 증가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김규환 글로벌에픽 기자 globalepic7@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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