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지상층과 지하층 간의 주거 비용이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화 '기생충', 나아가 지난 2022년 집중호우에 따른 반지하 주택 침수 피해 등으로 반지하 주거환경 개선 필요성이 지속 제기되고 있으나,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가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의미다.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연희 의원실에 따르면 서울 시내 지상층의 평균 전세 보증금은 2억2천195만원이었다.
지하층의 평균 보증금은 1억457만원을 기록, 지상층과 1억1천738만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세도 지상층은 평균 보증금 8천539만원에 월세 50만9천원으로, 지하층의 3천810만원·40만7천원보다 보증금은 4천729만원, 월세는 10만3천원이 각각 더 비쌌다.
전월세 모두 보증금을 2배 이상 부담해야 지하층에서 지상층으로 이동할 수 있는 셈이다.
이번 비교는 지난 1∼9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등록된 서울 연립·다세대 주택(60㎡ 이하) 8만6천886가구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지상층과 지하층 간 이런 가격차로 지하층 거주자가 정부의 보조를 받아도 지상층 이전이 어렵다고 이연희 의원실은 밝혔다.
정부의 반지하 주택 매입 사업을 실제 집행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020년부터 반지하 임대주택 입주민의 지상층 이주를 지원하는 '반지하 입주민 주거상향' 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나, 대상인 1천810가구의 중 909가구(50.2%)만 이주를 완료했다.
반지하 입주민 주거 상향에 따라 지하층 입주민이 지상층으로 이주하면 2년간 기존 지하층 임대조건을 그대로 적용하고, 이사비 60만원도 지원해준다.
그러나 2년 뒤에는 본인이 직접 부담해야 한다.
LH 매입임대주택의 반지하층 평균 주거 비용은 보증금 236만7천원·임대료 6만9천원이나, 지상층은 평균 보증금 466만3천원·임대료 26만6천원이다. 2년 뒤에는 보증금과 임대료를 각각 230만원과 20만원씩 더 내야 하는 구조다.
서울 반지하 거주 가구의 평균 월소득이 219만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부담일 수밖에 없다고 이 의원실은 지적했다.
LH는 이 외에도 지하층 거주자가 지상층 전세계약을 신청하면 1억3천만원을 지원하는 주거사다리 전세임대사업을 하고 있으나, 최근 2년간 지원 대상은 5천324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또 LH는 5천만원을 무이자로 지원해주는 '비정상거처 이주지원 전세자금대출 사업'도 하지만, 지상층과 지하층의 전세가격 차이를 볼 때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6년간 월세 20만원을 지원해주는 서울형 주택 바우처 사업도 월세 20만원을 전세로 환산하면 4천363만원 수준이어서 사업성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유창규 글로벌에픽 기자 epic@globalep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