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불법촬영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촬영대상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촬영을 하면 무조건 카메라등이용촬영죄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무단으로 촬영하는 행위만으로 카촬죄가 인정되지는 않는다. 카촬죄가 성립하려면 촬영 대상물, 즉 범죄의 객체가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여야 한다.
판례에 따르면 촬영 대상물이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인지 여부는 피해자와 동일한 성별이나 연령대의 일반적, 평균적인 사람들 입장에서 판단했을 때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인지 아닌지 고려해 판단한다. 더욱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피해자의 옷차림이나 신체 노출 여부, 촬영 의도와 촬영 경위, 촬영한 장소와 촬영 각도, 거리, 원판의 이미지, 특정 신체 부위의 부각 여부 등 여러가지 요소를 모두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이러한 점은 개별 사안마다 그리고 개별 촬영물마다 꼼꼼하게 따져야 하는 문제다.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 확인하지 않고 단순히 다른 사람을 몰래 촬영했다는 이유만으로 혐의를 인정하면 성범죄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스스로 범죄의 구성 요건을 확인하기 어렵다면 변호사의 조력을 구하여 카촬죄가 성립하는지 아닌지 따져보아야 한다.
의뢰인은 연인과 교제 중 영상통화를 하다가 상대방의 신체가 살짝 보이는 장면에서 캡처를 했다. 당시에는 사과를 하며 잘 마무리가 된 사건이었지만 결별 후 상대방이 카촬죄 혐의로 신고를 하면서 경찰로부터 신고 접수 소식을 듣게 되었다. 이에 법무법인 법승을 찾은 의뢰인은 자신의 사정과 상황을 설명하고 이소희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이소희 변호사는 사실 관계를 꼼꼼하게 파악한 뒤 영상통화를 캡쳐한 의뢰인의 행위가 카촬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하고 경찰 단계에서부터 이러한 주장을 담은 의견서를 적극적으로 제출했다. 수사기관에서도 이러한 변호인의 의견에 따라 의뢰인에게 불송치, 즉 혐의없음 결정을 내렸다.
이소희 변호사는 “당시 대학생이던 의뢰인은 취업 때문에 어떠한 범죄 전력도 남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의뢰인의 행위를 수사 초기에 정확하게 확인하고 카메라등이용촬영죄의 성립요건을 파악하여 해당 사안이 범죄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함으로써 의뢰인의 혐의를 벗을 수 있었다”며 “카촬죄는 최근 강하게 처벌되는 성범죄 유형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면 초기부터 적절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환 글로벌에픽 기자 lsh@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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