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이야기를 담은 동료의 회상은 당시의 비극적인 상황과 아울러, 인간애와 연대의 힘을 되새기게 한다. 사고 당시 부대의 분대장은 신중히 행동하며 장창익 일병을 위험에서 끌어냈고, 미군 병사의 도움으로 그는 급히 병원으로 이송될 수 있었다. 부상을 당한 그의 모습과, 부상자를 싣고 흐느끼며 운전했던 흑인 병사의 굵은 눈물방울은, 전쟁이나 사고 속에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인간애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그 후 장창익 일병은 어려운 재활 과정을 거쳐 화가로서 새로운 삶의 길을 걸었다. 그는 발목을 잃고 시력을 잃었지만, 예술에 대한 열정만은 포기하지 않았다. 군대에서의 불행을 넘어 사회와 예술로 연결된 그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진정한 극복의 의미를 일깨운다. “이 안에서 나 같은 사람은 병신 축에도 못 듭니다.”라며 스스로를 낮추던 그의 병원에서의 모습은, 쾌활함을 잃지 않으려는 그의 의지와 삶에 대한 순응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그의 동료가 휴가 중 병원을 방문하며 느꼈던 무거운 마음처럼, 장창익 화백은 다친 몸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며 더 큰 어려움과 마주해야 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삶을 예술로 승화시키며 화가로서 의미 있는 행보를 남겼다. 오늘날 그의 작품과 생애는 단순히 개인의 이야기를 넘어, 모두가 돌아보아야 할 희생과 회복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40년 전 그날, 분대장으로서 장창익 일병의 손을 잡아 주었던 동료와 흑인 병사가 있었기에, 그리고 예술가로서의 새로운 삶을 포기하지 않았던 그의 의지가 있었기에 우리는 오늘 그의 작품 앞에 서게 되었다. 그의 삶과 예술은 단순히 하나의 비극적인 사건이 아닌, 인간의 위대함과 연대의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귀중한 교훈이다.
이수환 글로벌에픽 기자 lsh@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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