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13(목)

반도체 장비 회사 '한화세미텍' 맡은데 이어 식음료 강자 아워홈 인수 출사표

한화그룹 3남 김동선 부사장 그룹 내 입지 넓어진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3남인 김동선 부사장의 그룹 내 입지가 넓어지고 있다.

김 부사장은 최근 한화정밀기계에서 사명을 바꾼 한화세미텍 미래비전총괄(부사장)을 겸직한데 이어 급식업계 2위 기업이 하워홈 지분인수를 결정했다. 반도체 장비에 이어 식음료 사업에서 미래 먹거리를 창출해 명실상부한 승계 구도를 만들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김동선 부사장이 이끄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11일 이사회를 열고 아워홈 지분 58.62%(약 1,338만주) 인수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인수 대상은 구본성 전 부회장(38.56%)과 구미현 회장(19.28%)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이다. 주당 6만 5천원, 총 8,695억원 규모의 이번 거래에서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특수목적법인(SPC)인 '우리집에프앤비'를 설립해 2,5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나머지 금액은 IMM크레딧앤솔루션 등 재무적 투자자(FI)와 인수금융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다.

아워홈의 안정적인 한화그룹 편입을 위해 구본성 전 부회장의 지분 중 8%는 2년 이내에 별도 합의를 통해 추가 매입하기로 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올해 4월 29일까지 이를 제외한 나머지 주식에 대한 거래를 완료할 예정이다.

이번 인수는 한화그룹이 2020년 단체급식 업체인 푸디스트를 사모펀드에 매각한 지 5년 만에 급식·식자재 사업에 재진출하는 의미를 갖는다. 특히 김동선 부사장이 '푸드테크'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주목하면서 이번 인수를 적극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관계자는 "단체급식, 식자재 유통 등 성장하는 식품산업 공략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보다 높은 품질의 F&B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인수를 결정했다"며 "한화 유통 서비스 부문과 아워홈의 다양한 시너지를 통해 국내외 식품시장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아워홈의 경쟁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워홈은 최근 수년간 다른 경쟁사에서 26개의 사업장을 확보한 반면, 경쟁사에 뺏긴 사업장은 3개에 불과할 정도로 시장 경쟁력이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연간 64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식자재 유통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어 아워홈의 실적 개선 여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인수를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현금성 자산이 지난해 3분기 기준 1,294억원 수준에 그쳐 대규모 외부 자금 조달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당초 영상보안 업체인 한화비전의 투자 참여가 예상됐으나, '시너지가 없는 그룹 계열사를 자금줄로 활용한다'는 논란이 일자 한화비전은 최근 투자 참여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더욱이 아워홈의 주요 주주인 구지은 전 부회장(20.67%)과 구명진씨(19.6%)가 이번 매각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어 향후 법적 분쟁이 예상된다. 구지은 전 부회장은 2021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아워홈 경영을 맡아 흑자전환을 이끄는 등 경영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구지은 전 부회장이 보유한 우선매수청구권을 근거로 지분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한화그룹은 아워홈 인수 후 유상증자를 통해 구지은 전 부회장 측의 지분을 희석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58%의 지분만으로는 신사업 추진 등 원활한 경영이 어려울 수 있어 한화 입장에서도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인수는 한화그룹 3세 경영 승계의 밑그림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부사장은 이미 2023년 외식 브랜드 '파이브가이즈'를 론칭하고 지난해에는 음료 기업 퓨어플러스를 인수하는 등 F&B 사업 확장에 공을 들여왔다. 현재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한화갤러리아의 매출 규모가 그룹 전체 매출의 2% 미만인 상황에서, 아워홈 인수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그룹 내 입지를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기자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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