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골자는 이사가 충실해야 하는 대상을 기존의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넓히고, 상장 회사의 전자 주주총회 도입을 의무화하는 내용 등이다.
우선, 야당과 일반 주주들은 상법개정안을 반기는 분위기다. 그동안 지배주주를 제외한 일반 주주, 특히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간과돼 온 것이 사실이다. “국내 기업들은 주주환원율도 낮을뿐더러 물적분할, 더블 카운팅 같이 일반주주의 권리를 무시한 사례는 차고 넘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으로 일반주주들의 피해를 키운 사례는 최근에도 적지 않다. 2021년 SK케미칼의 SK바이오사이언스 분사, 같은 해 SK이노베이션이 SK IET를 물적분할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때 ‘국민주’로 불렸던 카카오도 그해 6월 카카오뱅크의 자회사 분리를 공시하고 6월 증시에 상장했다. 자회사 상장 직후 이 같은 ‘더블 카운팅’으로 주가는 하락을 면치 못했다.
전자투표제 도입도 상법개정안의 주요 내용이다. 전자투표제는 주주가 주주총회에 직접 출석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전자투표 시스템에 접속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문제는 그간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채택하지 않은 기업들이 있었다는 데 있다. 일반주주들을 피해 주주총회를 열려는, 의도가 의심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 예로 카카오는 주주총회를 평일에, 그것도 제주도에서 연다. “본사가 제주도에 있어서”라는 카카오의 변명은 좀 궁색해 보인다. 2022년 포스코는 지주사 전환 여부를 결정하는 임시주총에서 용역을 동원해 일반주주들의 입장을 봉쇄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물론 이번 개정안을 두고 반대의 목소리도 높다. 경제단체들이 대표적이다. 지난 19일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8단체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법개정안에 대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을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경제단체들이 가장 크게 반발하는 부분도 ‘이사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의견이 이렇듯 첨예하게 대립하자 금융감독원은 한국경제인협회에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금감원은 20일 이복현 원장 명의로 한국경제인협회에 가급적 이른 시일내 공개 토론회를 개최하자고 공식적으로 제안하는 공문을 보냈다. 앞서 이 원장은 상법 개정안의 재의요구권 행사 요구에 "직을 걸고서라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건은 어떤 게 한국경제, 나아가 한국 주식시장에 도움이 될 지다. 한국 주식시장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말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다. 많은 이들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을 높은 수출 의존도, 남북 분단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든다.
하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진짜 이유는 따로 있는 것은 아닐까. 한 금융전문가는 "취약한 기업 거버넌스가 국내 자본시장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발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모쪼록 이번 상법개정안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데 일조하기를 바란다.
개정된 상법은 공포 후 1년이 지난 날부터 시행된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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