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에픽 김창만 기자] 구한말 고종 20년 1883년 11월 26일 우리나라는 독일과 조독수호통상조약(朝獨修好通商條約)을 체결, 조인했고 2023년은 한국과 독일은 수교 140주년을 맞는 해이다.
국내외 미술계의 이슈와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우리 근현대미술의 역사적 가치의 자료와 작품들을 소장, 전시, 발표하는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은 2023년 한국독일수교 140주년 기념 전시로 한국과 독일 간 100여 년의 미술 교류를 작품과 아카이브로 조명하는 전시 '한국독일미술교류사 : 어두운 밤과 차가운 바람을 가르다'展을 2022년 10월 28일부터 진행 중이다.
이번 전시는 국내 1980년대 독일 현대미술전을 기획한 박래경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의 1950년대 독일 유학 시절 아카이브와 배운성(1901-1978), 백남준(1932-2006), 안규철(1955-) 그리고 뮌(1972-)과 같이 독일을 배경으로 자신의 작품세계를 구축한 한국 작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여기에 더해서 한국미술사를 통사(通史)로 최초로 기술한 독일의 한국학자 안드레아스 에카르트(Andreas Eckardt, 1884-1974)의 'Geschichte der koreanischen Kunst(한국미술사, 1929)'와 한국과 독일에서 교류하여 개최된 미술 전시자료 등도 함께 선보여진다.
이번 전시는 외국연구자 16명의 시선으로 한국미술을 조망했던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의 2020년 '외국연구자의 한국미술 연구'展의 후속으로 기획된 권역별 심화 사업이기도 하다.
■ 한국독일미술교류사 : 어두운 밤과 차가운 바람을 가르다展
전시 제목
한국독일미술교류사 : 어두운 밤과 차가운 바람을 가르다
Kunstaustauschgeschichte von Deutschland und Korea :
Der Grund vom Reiten durch Nacht und Wind
전시 구성
한국과 독일의 미술 교류를 보여주는 작품과 아카이브 200여 점
배운성, 백남준, 안규철, 뮌의 작품 각 1점
박래경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의 독일 유학 시기 자료 중심
전시 기간 / 장소
2022. 10. 28 – 2023. 1. 27 (월-토 오전 10시 ~ 오후 6시)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 서울 종로구 홍지문 1길 4
개요
△ 한국독일수교 140주년 기념하여 100여 년의 한국과 독일 간의 미술 교류 조명
△ 국내 1980년대 독일 현대미술전을 기획한 박래경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의 1950년대 독일 유학 시절 자료 등 주제 관련 아카이브 소개
△ 한국과 독일의 문화적 토양을 지닌 한국의 세대별 대표작가 4인의 작품 전시
△ 한국에서 생활하는 독일 출신의 작가들을 포함한 전시연계 온라인 세미나 개최
전시연계 온라인 세미나
11.3(목) 오후 3시 | 2010년 이후의 한국·독일 미술교류 전시 사례 : 변지수 (독일 뒤셀도르프 Bloom 운영자)
11.10(목) 오후 1시 | 한국에서의 경험과 자신의 작품세계 소개 : 올리버 그림 (작가)
11.10(목) 오후 3시 | 한국에서의 경험과 자신의 작품세계 소개 : 잉고 바움가르텐 (작가)
11.17(목) 오후 1시 | 독일에서의 경험과 자신의 작품세계 소개 : 안규철 (작가)
11.17(목) 오후 5시 | 독일에서의 경험과 자신의 작품세계 소개 : 샌정 (작가)
11.24(목) 오후 3시 | 본 사업의 성과와 한계, 향후 계획 : 김정현 (담당 학예사)
박래경(b.1935)은 1986년부터 1996년까지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으로 활동하면서 '독일현대조각전(1987)'과 독일 신표현주의 미술작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된 '독일현대회화전(1989)'을 기획하여 국내에 독일미술을 본격적으로 소개했으며, '독일바우하우스(1989)'와 '테크놀로지의 예술적 전환(1991)'에 관여하며 독일 미술을 국내에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데 이바지했다.
독일 유학 시기 박래경의 주임교수는 당대 지성 중 한 명이던 미술사학자 한스 제들마이어(Hans Sedlmayr, 1896-1984)로 박래경은 스승이 저술한 책으로, '현대 미술이 시대착오적 도덕주의의 시각에서 어떻게 평가될 수 있는가'를 볼 수있는 '중심의 상실(1948)'을 2002년 역서로 발간한 바 있다.
배운성(1900-1978)은 한국인 최초의 독일 미술 유학생으로 1923년 레겐스부르크 미술학교에 입학해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할 때까지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에서 작품 활동을 했다.
이번 전시 출품작'모자를 쓴 자화상(1930년대)'는 베를린의 어느 카바레를 배경으로 박수무당 복장을 한 배운성의 자화상이다.
한국 풍속을 소재로 서양미술의 구도와 화법으로 그려진 이 작품은 당시 유럽에서 보기 드문 동양인 화가로서 성공하여 명성을 얻게 된 작가의 높은 자의식을 보여준다.
백남준(1935-2006)은 1957년에 뮌헨대학교와 쾰른대학교 등에서 서양의 건축, 음악사, 철학 등을 공부하고 1958년 프라이부르크 고등음악원으로 전학했다.
같은 해에 존 케이지를 만나 그로부터 깊은 영감을 얻게 된다.
전시 출품작 '존 케이지에게 보내는 경의 : 테이프와 피아노를 위한 음악(1958-1962)'은 1959년 독일 뒤셀도르프 갤러리22에서 선보인 아티스트 백남준의 첫 퍼포먼스인 동시에, 이때의 소리 콜라주를 녹음한 릴 테이프 오브제 작품이다.
퍼포먼스 '존 케이지에게 보내는 경의 : 테이프와 피아노를 위한 음악(1958-1962)'에서 백남준은 피아노를 연주하고, 넘어뜨리고, 라디오와 녹음기로 비명과 뉴스 소리를 내보내고, 유리병을 깨뜨리는 등 과격한 행위를 한다.
백남준은 이를 “무음악” 공연이라고 칭하는데 이는 자신의 퍼포먼스를 아르놀트 쇤베르크의 '무조' 음악, 존 케이지의 '우연성' 음악의 계보 위에 둔 것이다.
1970년대 이후 한국은 고도 경제 발전과 1980년대의 민주화를 거치면서 경제와 사회, 문화면에서 한국 사회는 크게 성장해 왔다.
이러한 배경을 지닌 일군의 작가들은 다원화된 환경을 비판적으로 수용해가면서 그 안에서 자신의 예술세계를 구축했다.
이러한 작품 경향은 안규철(b.1955)과 미디어 설치 아티스트 김민선과 최문선으로 활동하는 부부 작가 뮌(MIOON, b.1972)의 작품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2000년대부터는 한국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독일 작가들도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에서 본격적으로 전시에서 다루지는 못했지만 전시기간 중 발간되는 전시 소개 단행본에서는 이에 관한 내용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전시 관련 아카이브로는 ‘조선이 나은 천재화가 배운성씨의 예술(사해공론 1936년 1월호)'와 안드레아스 에카르트(한국명 옥낙안)가 기고한 ‘제2 조국 한국이여 빛나라(신태양 1958년 6월호)' 잡지를 전시한다.
배운성의 친구였던 쿠르트 룽게(Kurt Runge)가 펴낸 'Un-soung PAI Erzählt Aus Seiner Koreanischen Heimat(배운성이 들려주는 한국이야기. 1950)'와 1993년 베네치아비엔날레 독일관 대표로 참여한 백남준 전시의 도록 'Nam June Paik : eine DATA base(백남준 : 데이터베이스, 1993)',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1957년 '현대독일건축전', 1958년 '현대독일판화전', 1959년 '독일판화작품전', 1972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최된 국내 첫 '현대독일미술전'과 1984년 한국문예진흥원 미술회관의 '독일조각의 오늘-3차원성'자료도 전시 중이다.
전시 연계 세미나도 온라인으로 11월 중 매주 목요일에 진행하고 있다. 참여 신청은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누리집에서 가능하다.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김달진 관장은 “1990년대 이후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기술 발전으로 우리 삶의 아주 작은 영역까지 세계화된 것도 30여 년의 시간이 지났다. 이러한 오늘날의 상황에서 새로운 한국미술사 서술 방향을 과거의 기록과 작품, 자료를 통해 고민하며 ‘교류’라는 용어 안에 담긴 ‘다양성’과 ‘타자성’에 집중하여 기획한 사업”이라고 이번 전시 '한국독일미술교류사 : 어두운 밤과 차가운 바람을 가르다'展의 기획 의도를 전했다.
독일이 우리에게 처음 알려진 것은 1614년에 지봉 이수광이 지은 '지봉유설(芝峰類説)'에 수록되면 서다. 1981년엔 양국 국민 상호간에 미술문화의 이해와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한독 미술가협회가 발족됐다.
고딕 예술로 시작한 독일 르네상스의 대표적 화가 '알브레히트 뒤러(1471-1528)를 시작으로 게르하르트 리히터 (Gerhard Richter, 1932~)까지 독일 미술과 조선이 나은 천재 아티스트 배운성(1910-1978)부터 최근 독일의 경제잡지인 ‘캐피털(Capital)’이 발표한 올해 ‘세계 100대 작가’ 순위 명단에 올라간 아티스트 양혜규(b.1971~)까지 한국과 독일의 미술은 100년이 넘은 한국독일미술교류사로 현재도 진행 중이다.
김창만 글로벌에픽 기자 chang@asiaart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