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환경부에서 주최하고, 국가환경교육센터, 인하대 문화예술교육원, 글로벌에픽이 공동으로 주관한 ‘2022 환경작가 리더양성 교육과정’에서 나온 시민 환경작가의 기사입니다.매월 첫째 주 토요일 오전 10시가 되면 한 손엔 아이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에는 쓰레기봉투를 들고 시민들이 인천의 핫스팟에서 만난다. 역, 공원, 주택가 등에 모인 이들은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 담배꽁초 쓰레기를 찾는다. 우리는 매월 한 시간도 안되는 시간에 평균 2,000개 정도의 꽁초 쓰레기를 줍는다.
왜 하필 ‘담배꽁초 쓰레기’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지난 2월 서울 강남에 위치한 KT&G 사옥 앞에 모인 ‘담배꽁초 어택 시민모임’의 기자회견 후 진행된 퍼포먼스에서 찾을 수 있다. 대형 해양 생물 모형의 배를 가르자, 많은 양의 담배꽁초가 쏟아져 나왔다. 버려진 담배꽁초가 가는 길을 살펴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하수구나 빗물받이를 통해 바다로 흘러들어간 꽁초를 어류나 조개류가 먹고 결국 먹이사슬의 최상단에 위치한 우리도 담배꽁초를 먹게 된다.
담배꽁초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담배꽁초의 필터가 종이가 아닌 ‘셀룰로스 아세테이트’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셀룰로스 아세테이트’는 가느다란 플라스틱 섬유를 포함하고 있는데, 완전 분해까지 최대 10년 이상 걸리며,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미세 플라스틱이 된다. 미세 플라스틱에 대한 많은 연구들이 진행 중인데, 연구 결과가 충격적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일주일에 섭취하는 미세 플라스틱의 양은 신용카드 한 장 무게인 5g에 달하며, 월간으로는 칫솔 한 개 무게인 21g, 연간으로 치면 250g을 넘는 양이다.
“꽁초밥상 싫어요!”, “돌고 돌아 내 입으로!”라고 쓰인 종이상자 피켓의 문구가 이유 없이 나온 게 아니다. 환경부는 하루 평균 국내에서 길에 버려지는 담배꽁초는 1,246만여 개에 달하며, 세계보건기구(WHO)는 연간 전 세계에 버려지는 담배꽁초를 4조 5,000억 개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국제해양환경단체인 해양보존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2년간 전 세계 해변에서 수거한 해양쓰레기의 3분의 1이 담배꽁초이며, 한국해양구조단에 따르면 지난 1월~9월 전국 32곳의 해변과 해저에서 수거한 쓰레기 중 담배꽁초가 21%였다고 한다. 이렇게 수치로만 봐서도 담배꽁초가 의외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인식할 수 있다. 담배꽁초로 가득찬 빗물받이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여 이번 여름 기록적인 폭우로 엄청난 물난리를 겪은 사건을 떠올리면 사태가 매우 끔찍하다는 것을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담배꽁초 어택 시민모임’에서는 보건복지부, 환경부, KT&G 등의 담배와 관련한 기업과 정부에 문제 해결을 위한 요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으며, 지자체에도 정책을 제안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아직은 ‘금연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담배꽁초 재활용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친환경 소재를 개발하고 있으며, 담배꽁초 무단 투기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식의 원론적인 답변만 하고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흡연자들이 담배꽁초와 관련한 에티켓 문화를 만들어 꽁초 쓰레기 발생을 줄여나가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꽁초 에티켓 문화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꽁초 에티켓 문화 만들기의 예를 들자면 흡연 후 특수 제작된 용지에 말아서 수거할 수 있는 ‘시가랩’을 활용하거나 블루투스 이어폰 케이스 크기의 휴대용 재떨이를 휴대하고 다니며 활용하는 것 등을 들 수 있겠다. 이러한 행동들이 나 자신뿐만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생명 더 나아가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모든 흡연자들이 꽁티켓 문화에 참여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란다.
이유희 글로벌에픽 객원기자 epic@globalep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