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환경부에서 주최하고, 국가환경교육센터, 인하대 문화예술교육원, 글로벌에픽이 공동으로 주관한 ‘2022 환경작가 리더양성 교육과정’에서 나온 시민 환경작가의 기사입니다.인천 사람들이 종종 듣는 말이 있다. “나가면 바로 바다야?”, “매일 회 먹겠네.” 인천토박이인 나로서는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 말들이다. 인천을 어촌 정도로 생각해 던질 질문일 테지만, 실상 바다를 가본 횟수로 치자면, 다른 지역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분명 바다가 가까이 있는데, 왜 내겐, 그리고 인천 사람들의 생활 속엔 바다가 사라져 있을까.
인천은 개항과 근대화를 거쳐 1970년대부터 공업도시로서 성장했다. 그 성장을 거치면서 바다는 공장 벽으로 막혀버렸고, 염전에는 공장단지가 들어와 폐수를 쏟았다. 물론 여기에는 지리적 원인이 있다. 국토지리정보원에 따르면 서해안은 간척하기 좋은 환경이다. 수심이 얕은 리아스식 해안(해안선의 형태가 복잡한 해안)이어서 만 입구의 양쪽 끝 사이의 거리가 짧다. 게다가 내부 간석지의 면적이 넓어 간척하기 매우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고려시대에서부터 조선시대, 일제강점기,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차례 간척이 되어오면서 인천은 변했다. 바다는 줄고 땅이 늘었다. 발 디딜 땅이 늘어난 만큼, 우린 바다와 갯벌을 잃어버렸다.
간척 사업은 인천의 갯벌 생태계를 붕괴시켰다. 갯벌과 모래펄은 풍부한 플랑크톤을 제공해 주고, 새우 등의 갑각류와 조개류, 물고기의 최적의 서식지다. 생태계 파괴의 원인은 간척 사업만이 아니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의 해양보호구역은 고작 2.46%. 인천의 대표적인 생태섬인 대이작도도 거기에 속한다. 대이작도가 보호구역으로 지정되기 전에 대이작도의 모래는 점점 유실되고 있었다. 건축자재로 사용하고자 해안가의 모래를 퍼 나르는 과정에서 모래밭에 있는 해초들을 뒤엎는 상황이 만들어져, 꽃게나 새우 등의 바다 생물들이 번식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대이작도 이외에도 여러 모래를 사용함에 따라 인천의 어민들은 어획량 감소를 호소하고 있다. 국가에서는 치어를 푸는 사업을 진행하지만, 어장의 규모는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있다. 제주도 해녀들이 제주도 바다의 소라, 생물이 줄어듦에 따라 위험을 무릅쓰고 깊은 바다로 향하듯이 인천의 바다도 비슷한 수순을 거치는 중이다.
1750년도에 작성된 해동지도에는 인천 바다의 토산물로 농어, 홍어, 광어, 밴댕이, 조기, 꼴뚜기, 민어. 사어, 붕어, 전어. 숭어, 준치, 병어, 갑오징어, 낙지, 조개 등등을 소개하고 있다. 인천은 잡어의 어장고라고 불릴 정도로 다양하고 많은 어종들이 사는 환경이던 것. 그중에서도 민어가 많이 잡히기로 유명한 지역이었지만, 지금은 보기 힘든 생선이 되어버렸다. 이외에도 임금님께 진상된 웅어, 호랑이와 같은 무늬를 지닌 범게 등 인천 연안에서만 나오는 생물들이 있었으나, 염전이 공업단지로 바뀌고, 범게가 서식하던 동막갯벌이 매립됨에 따라 고유의 어업 문화와 함께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인천 바다가 알게 모르게 방치되어 사라져 갈 때, 방치된 인천 바다를 자신의 편의대로 사용하는 이들이 있다. 인천의 한 무인도에는 쓰레기로 가득 쌓여 있다. 비교적 관리가 잘되는 국내 해수욕장과 비교하자면, 최대 390배가 넘는 해양 쓰레기로 오염되고 있는 것. 관리 사각지대에 대한 관심을 높이자고 외치지만, 아무도 살지 않는 이름 없는 무인도는 누가 지켜줄 수 있을까.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곳들에 작은 생명들이 자라나고 있다. 강화도 일대에 서식하는 저어새는 습지와 갯벌에서 서식하면서 천적이 없는 무인도에 번식을 한다. 인천의 바다에서 검은머리물떼새, 쇠가마우지, 노랑부리백로, 청다리도요사촌, 알락꼬리마도요, 고래상어 등등 우리가 알게 모르게 바다에서 버텨온 생명들도 점차 터전을 잃어가고 있다.
인천 바다를 살리기 위한 여러 노력들도 있기는 하다. 바다에 인공암초를 만들어 해양생태계를 보호하려는 사업, 기존 공장시절에 의해 오염된 해양생물 서식지를 복구하려는 인천광역시 바다숲, 해초군락 복원계획 등이 그것이다. 이런 시도들도 중요하겠지만 결국에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인천 바다를 아름다운 자연이 가득한 곳으로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가 먼저이지 않을까.
예전에 보령 갯벌을 갔을 때다. 한 발 내딛어도 수십 마리의 작은 꽃게들이 구멍으로 도망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때 또 눈에 띈 것이 있었다. 바로 서너 걸음마다 걸려 있던 쓰레기봉투. 갯벌을 관광지로써 충실히 활용하고 있으면서도 그 보호를 위한 노력도 하고 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콘크리트와 모래로 된 직각의 높은 아파트보다는 이런 생동하는 갯벌이 나는 더 아름답다고 느낀다. 그 아름다운 갯벌이 인천에 다시 만들어지길, 그래서 정말 “나가면 바로 바다이고 갯벌”인 곳으로 변하길 바란다.
이동규 글로벌에픽 객원기자 epic@globalep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