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7(금)
[글로벌에픽 이진은 객원기자]
본 기사는 환경부에서 주최하고, 국가환경교육센터, 인하대 문화예술교육원, 글로벌에픽이 공동으로 주관한 ‘2022 환경작가 리더양성 교육과정’에서 나온 시민 환경작가의 기사입니다.

“엄마! 이대로 가다간 6대 멸종이 올 수도 있대! 알고 있었어?!”
학교에서 돌아온 딸아이가 심각하게 외쳤다. “멸종? 무슨?” 딸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깨달았다. 나는 지구의 위기에 무감각한 ‘일반 지구인’이었구나…. 이 땅에 발을 딛고 살면서도 나의 생활 외에는 도통 관심이 없는 ‘일반 지구인’. 환경오염, 생태 파괴 같은 범지구적 문제를 도외시하며 편한 대로 쓰고 버리고 소비하는 ‘일반 지구인’. 우리 대부분이 그러하기에 지구는 맥없이 9시 반을 가리킬 수밖에 없으리라.

2022년은 정확히 9시 35분이다. 지구 환경 오염의 악화 정도를 시각으로 표현한 세계 환경 위기 시계의 기준이다. 이 시각은 매년 전 세계 90여 개국에서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하여 발표하고 있다. ‘00:01~03:00 → 불안하지 않음, 03:01~06:00 → 조금 불안함, 06:01~09:00 → 꽤 불안함, 09:01~12:00 → 매우 불안함’으로 구분한다. 12시는 당연히 인류가 생존할 수 없는 시간. 리우환경회의가 열린 1992년 당시는 7시 49분이었는데, 30년이 지난 지금은 9시 35분이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약 두 시간 반 정도뿐이니, 멸종이 코앞이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무 자각 없이 쓰고 버리기를 멈추지 않는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지구를 위험한 상태로 만들고 있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우리가 함부로 쓰고 버리는 쓰레기들, 특히 플라스틱 쓰레기는 가장 큰 골칫덩어리다. 그린피스 보고서에 따르면 2040년에는 13억 톤이 넘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전 세계를 뒤덮을 것이다. 게다가 북태평양 한복판에는 대한민국 면적의 15배가 넘는 플라스틱 섬이 떠다닌다고 한다. 플라스틱이 썩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기본 500년! 두 시간 반 후면 어떻게 될까. 지구는 썩지 않는 무덤이 될 것이다, 플라스틱으로 가득한!

2022년 봄, 나는 딸아이와 딸의 친구들, 그리고 그 엄마들과 함께 작은 프로젝트 하나를 시작했다. 일명 ‘지구 구하기 프로젝트’. 이 프로젝트는 미약하지만 지금 당장 내 생활 속에서 지구를 위해 실천할 수 있는 것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되었다. 우선, 일주일 동안 플라스틱 소비 패턴을 기록하고 분석했다. 가장 많이 소비되고 있는 것은 단연 포장재. 우리가 먹고 쓰는 거의 대부분의 제품들이 플라스틱류로 포장되어 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그리고 일회용 플라스틱(물티슈, 빨대, 비닐봉지, 일회용 플라스틱 컵 등). 매일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평소에는 관심 없이 지나치고 있다가 제대로 자각하게 되었을 때의 느낌이란…. 사명감이 몰려왔다.

우리는 한 달 동안, 무심코 사용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을 자발적 의지로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분류하고 일상에서 덜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포장재를 제대로 분리 배출하기 위해 그 원칙을 공부하고, 버릴 때를 대비해 따져가며 사기 시작했다. 또 플라스틱 재질로 된 용품의 소비를 줄여갔다. 한 달을 꼬박 실천해 보았더니 생각보다 희망적이었다. 물티슈를 집안에서 퇴출시켰고, 랩이나 비닐장갑 등을 거들떠보지도 않게 되었다. 물론,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어느새 몸에 익기 시작했다. 일회용품 대신 유리 용기들과 천 가방, 손수건과 행주를 꺼냈다. 철저하게 분리 배출을 했고, 합성 섬유로 된 옷이나 가방 등을 소비할 때도 신중해졌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진짜로 줄었다. ‘그래, 할 수 있겠구나. 나와 우리 몇몇이 아니라 이 지구에 있는 ‘일반 지구인’들이 다 같이 동참하기 시작한다면, 이런 인식과 문화가 세계 각층 곳곳에 퍼져간다면 환경 위기 시간을 앞으로 당길 수 있겠구나!’ 싶었다.

‘지구 구하기 프로젝트’. 우리는 이 작은 프로젝트 결과를 엮어 책으로 펴냈다. 우리가 해 온 실천과 보람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기에 용기를 내었다. 그리고 누구나 당장 쉽게 해볼 수 있는 다섯 가지 항목을 제안했다. ‘플라스틱 일회용품 최대한 쓰지 말기! 분리 배출 제대로 하기! 함부로 손쉽게 플라스틱 제품 사지 말기!’ 무엇보다, ‘나의 플라스틱 소비 패턴을 꼭 기록해보기!’와 ‘지구의 아픔에 관심 갖기!’

일주일, 한 달이 아니라, 단 하루만이라도 실천해 본다면 진정 자각하게 될 것이고 또 바뀔 것이라 믿는다. 옷 한 벌을 사더라도 물 티슈 한 장을 쓰더라도 이것이 ‘버려질 때’를 생각하게 되는 순간, 그렇게 이 땅에 발을 딛고 있는 우리 모두가 ‘일반 지구인’이 아니라 ‘자각하는 지구인’이 되는 순간, 진실로 지구를 살려갈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이 책의 뒤표지에 이런 말을 써두었다.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지구 구하기 프로젝트 대원입니다.’ 나는 그것을 진심으로 희망한다.
[환경부×시민기자단] ‘지구 구하기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할 때, 바로 지금


이진은 글로벌에픽 객원기자 epic@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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