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3세(74) 국왕이 6일(현지시간) 대관식을 치르고 영국과 14개 영연방 국가의 군주가 됐음을 전 세계에 공표했다.
6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찰스 3세는 이날 오전 11시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거행된 대관식에서 영국 국교회 최고위 성직자인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가 수여한 2.23㎏ 무게의 왕관을 썼다. 영국에서 국왕의 대관식이 열린 것은 지난 1953년 선왕인 엘리자베스 2세의 대관식 이후 70년 만이다.
이날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영국 왕실 일가를 포함해 전 세계 203개국이 파견한 국가원수급 인사들과 하객으로 가득 찼다.
대관식 의식은 윌리엄 1세 이래 1,000년 가까이 이어져온 전통의 틀을 대체로 따랐지만, 시대의 변화도 일부 반영했다. 찰스 3세는 성경에 손을 얹은 채 “모든 종교와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영어와 함께 웨일스어, 스코틀랜드 게일어, 아일랜드어로 찬송가가 울려 퍼졌으며, 여성 사제가 처음으로 성경을 낭독하고 흑인 여성 상원의원, 카리브해 출신 여성 남작이 대관식에서 역할을 맡았다는 데서도 다양성 존중의 의미를 나타냈다.
찰스 3세는 서약 후 대관식 의자에 앉아 웰비 대주교가 손, 가슴, 머리에 성유를 바르는 의식을 치렀다. 이 의식은 신과 왕의 사적인 순간으로 여겨져 대중에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찰스 3세와 아내 커밀라(75) 왕비는 이날 오전 11시 대관식이 열리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가기 위해 오전 10시 20분께 ‘다이아몬드 주빌리 마차’를 타고 버킹엄궁을 떠났다. 찰스 3세 부부가 이동하는 2㎞ 구간은 영국 국기인 ‘유니언잭’을 흔들며 지켜보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날 대관식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대신해 질 바이든 여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등이 참석했고 한국 정부 대표로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참석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대관식 당시보다 참석인원을 4분의 1수준으로 축소한 이날 대관식에는 귀족은 줄고 ‘코로나19 영웅’ 등 지역사회 봉사자, 찰스 3세 부부의 사회복지재단과 인연이 있는 인사들이 함께했다.
1948년 태어나 9세에 왕세자로 책봉된 후 수십년간 영국 왕이 되기를 준비해온 찰스 3세는 지난해 9월 모친인 엘리자베스 여왕이 서거하면서 마침내 국왕 자리에 올랐다.
세금으로 치르는 대관식 비용은 1억파운드(1,700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최근 젊은층으로 내려갈수록 왕실 지지율이 낮아지고 물가 급등으로 국내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 거부감도 확산 중이다.
이날 대관식에 맞춰 반군주제 단체 ‘리퍼블릭’ 등이 웨스트민스터 사원 인근에서 반대 시위를 벌였고, 이 단체를 이끄는 그레이엄 스미스 대표가 트래펄가 광장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이성수 글로벌에픽 기자 epic@globalep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