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7년 전 성폭행 의혹과 관련한 민사소송에서 패소했다.
뉴욕타임스(NYT)는 9일(현지시간) 뉴욕남부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이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이같은 평결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배심원단은 원고인 E. 진 캐럴(79)의 주장 중 일부만 인정했다. 캐럴은 지난 1996년 뉴욕 맨해튼의 고급 백화점 버그도프 굿맨에서 우연히 마주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지만, 배심원단은 캐럴이 이같은 주장을 입증할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배심원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캐럴을 성추행하고, 폭행했다는 주장은 사실에 부합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지금껏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성적 비위와 관련한 다양한 주장이 제기됐지만, 법원에서 책임이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함께 배심원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SNS를 통해 성폭행 주장을 부인하는 과정에 ‘사기’와 ‘거짓말’ 등의 표현을 사용한 것은 캐럴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특히 배심원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명예훼손 행위가 고의적이고, 증오와 악의에 따른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배심원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모두 500만달러(약 66억원)의 피해보상과 징벌적 배상을 명령했다.
다만 이번 평결은 민사소송이기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금전적 책임만 지게 됐을 뿐 수감 등 형사적 책임과는 관련이 없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이번 재판에서 “캐럴의 성폭행 피해 주장은 회고록을 팔아 돈을 벌기 위한 거짓말”이라며 “배후에 반(反)트럼프 진영이 있다”는 음모론을 제기했지만, 배심원단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이번 재판 결과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SNS에 “난 그 여자가 누군지 전혀 모른다. 이번 평결은 역사상 최악의 마녀사냥이자 미국의 불명예”라는 반응으로 무죄 입장을 고수했다.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성수 글로벌에픽 기자 epic@globalep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