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뚜렷한 둔화 흐름을 보이면서 올해 중반까지 2%대로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중반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등락을 거듭하면서 연말께 3% 내외까지 소폭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은 19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향후 물가경로 상에는 국제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 공공요금 인상 정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근원물가의 경우 전망의 상방리스크가 다소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5월 기준)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2%로 지난해 하반기(5.6%)보다 크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들어 연초 5.2%에서 5월 중 3.3%로 빠르게 둔화했다. 다만 소비자물가 오름세는 여전히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인 2%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된 배경은 지난해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의 영향으로 석유류가격의 기여도가 대폭 축소된 때문이다. 석유류 제외 공업제품과 서비스물가는 경직적인 흐름을 이어갔으며 전기·가스·수도요금은 오름폭이 확대됐다.
근원물가 상승률도 지난해 말 이후의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둔화 속도는 더딘 편이다. 실제 근원물가의 올해 상반기 중 상승률 4.0%로 지난해 하반기(4.1%)보다 소폭 낮아지는 데 그쳤다.
한은은 “서비스소비와 고용상황이 과거 물가 둔화기에 비해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데다, 누적된 비용상승압력의 근원물가에 대한 파급영향 지속과 근원인플레이션 자체의 높은 지속성도 근원인플레이션의 경직적인 흐름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하면서 일반인 단기(향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도 하락 흐름을 이어갔다.
구매빈도와 지출비중이 높은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 상승률이 빠르게 둔화하고 있는 데 상당한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게 한은 측의 분석이다.
한편 캐나다·호주 등 일부 국가가 앞서 금리를 동결했다가 다시 인상 기조로 전환하면서 한국은행도 통화정책 기조를 선회해 하반기 추가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를 통해 “호주·캐나다는 물가 상승률과 근원물가 상승률이 5% 이상으로 근원물가가 3%대인 우리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하반기 물가가 예상 경로를 벗어나면 정책 대응이 필요하지만 아직 그런 징후를 보이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성수 글로벌에픽 기자 epic@globalep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