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59) 전 KT 대표이사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이른바 ‘쪼개기 후원’을 한 혐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김상일 부장판사는 5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구 전 대표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KT 전·현직 임원들에게는 각 300만∼400만원의 벌금이 선고됐다.

이날 재판부는 “이해관계가 있는 국회의원들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하면서 공정성과 청렴성에 관한 KT의 신뢰를 현저히 훼손시켰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구 전 대표는 지난 2014년 5월∼2017년 10월 상품권을 매입한 뒤 되파는 ‘상품권 깡’ 방식으로 조성한 비자금 3억 3,790만원을 KT 전·현직 임원 9명과 함께 19·20대 여야 국회의원 99명에게 후원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 조사 결과, 대관 담당 임원에게 명의를 빌려주는 방식으로 100만∼300만원씩 나눠 후원회 계좌에 비자금을 입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 전 대표 명의로는 국회의원 13명에게 총 1,400만원이 전달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공직선거법 규정에 따라 자금 조성과 관련한 구 전 대표의 업무상횡령 혐의는 별도로 약식기소해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이 결정됐다.

구 전 대표가 이에 불복해 같은 법원 형사17단독 김한철 판사 심리로 재판 중이다.

한편, 검찰은 구 전 대표가 2019년 KT 대표이사 후보로 출마했을 당시 경쟁후보를 지원한 하청업체를 KT 본사가 의도적으로 배제해 일감을 급감시킨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기존 시설관리(FM) 일감을 나눠갖던 하청업체 4곳 중 2곳의 일감이 급감한 반면 나머지 2곳의 일감이 급증한 것이 정상적인 경영 판단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의도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조만간 구 전 대표를 소환해 관여 여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박현 글로벌에픽 기자 neoforum@globalep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