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7(금)

보물 '이순신 유물 일괄'에는 '요대함' 추가 지정

추사 '김정희 필 불이선란도' 등 4건도 각각 보물 지정

문화재청(청장 최응천)은 24일, 조선시대 구국의 영웅 충무공 이순신의 숭고한 행적이 서려 있는 보물 '이순신 장검(李舜臣 長劍)'을 국보로 지정하고, 보물 '이순신 유물 일괄'에는 기존의 옥로(玉鷺, 갓 위를 장식하는 옥 공예품), 복숭아 모양 잔과 받침, 요대(腰帶, 허리띠) 외에, 요대를 보관했던 '요대함(腰帶函)'을 보물로 추가 지정했다.

이와 함께 추사 김정희의 마지막 난초 그림인 '김정희 필 불이선란도'를 비롯해 '기장 고불사 영산회상도', '파주 보광사 동종', '불조삼경' 등 4건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했다.

이순신 장검.[사진=문화재청]
이순신 장검.[사진=문화재청]
국보로 지정된 '이순신 장검'은 보물 '이순신 유물 일괄'에 포함되었던 칼로, 길이가 약 2m에 달하며 크기와 형태가 거의 같은 한 쌍(두 자루)이 각각 칼집을 갖추고 있다.
장검 1의 칼날 위쪽 부분에는 이순신이 직접 지은 시구 ‘삼척서천산하동색(三尺誓天山河動色, 석자 칼로 하늘에 맹세하니 산하가 떨고)’이, 장검 2에는 ‘일휘소탕혈염산하(一揮掃蕩血染山河, 한 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산하를 물들인다)’가 새겨져 있는데 이는 이충무공전서?(1795)의 기록과 일치한다.

나무를 깎아 만든 칼집에는 몸에 찰 수 있도록 가죽 끈을 매달았으며, 칼자루 속 슴베(칼자루 속에 박히는 뾰족하고 긴 부분으로 칼자루와 칼날의 결합을 위해 필요한 부분)에 새겨진 ‘갑오사월일조태귀련이무생작(甲午四月日造太貴連李茂生作, 갑오년 4월에 태귀련과 이무생이 만들었다)’이라는 글귀로 제작시기와 제작자를 알 수 있다.

'이순신 장검'은 조선시대 군용 도검 형식이다. 나무틀 위에 어피를 감고 주칠을 한 칼자루, 손에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돌기를 만들어 칼자루 표면에 부착한 금속판, 은입사기법으로 장식한 전통무늬, 칼날에 새긴 명문과 물결무늬, 칼집의 패용 장식과 가죽 끈, 칼집 상단의 테두리와 하단의 마개 등은 모두 조선의 도검에서 보이는 전통적인 양식들이다.

당시 도검 제조기술이 발달한 일본 도검의 요소도 일부 적용되었는데, 슴베와 칼자루를 결합했을 때 구멍을 맞추고 못을 끼워 고정하기 위한 목정혈(目釘穴), 칼자루를 단단하게 쥘 수 있도록 가죽끈을 엑스(X)자로 교차해 감은 방식, 칼날이 휘어진 곡률이나 혈조(血漕, 피홈)를 넣는 방식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순신 장검'은 다음의 이유에서 국가지정문화재(국보)로 지정하여 보존, 관리할 가치가 충분하다. ▲ 이충무공전서의 기록과 일치하는 칼날에 새겨진 시구를 통해 충무공 이순신의 역사성을 상징하는 유물로 가치가 탁월하고 ▲ 칼자루 속 슴베에 1594년 태귀련, 이무생이 제작했다는 명문이 남아 있어 제작연대와 제작자가 분명하며 ▲ 군사사 분야에 있어서도 조선 도검의 전통 제작기법에 일본의 제작기법이 유입되어 적용된 양상을 밝힐 수 있으므로 학술적인 가치가 높다.

참고로, '이순신 장검'은 당초 외날이라는 형태적 특성상 '이순신 장도'라는 이름으로 지정 예고되었으나 ▲ 전통적으로 유형에 따른 ‘도’와 ‘검’의 구분은 있었으나 고대에 이미 명칭이 혼용되어 사용되었다는 점 ▲ ‘검’이라는 단어는 권위와 의례와 관련되어 칼의 격을 높일 때 사용한다는 점 ▲ 특정 소장자를 강조하거나 용도가 확실한 경우 외날이어도 ‘검’이라는 명칭을 사용한다는 점 ▲ 오랜 기간 ‘장검’으로 인식되고 불렸다는 점을 인정해 '이순신 장검'이라는 명칭으로 국보로 지정했다.

보물로 지정된 '김정희 필 불이선란도'는 10대 때부터 묵란(墨蘭)을 즐겨 그렸던 추사 김정희(金正喜, 1786~1856)가 난초를 서예의 필법으로 그려야 한다는 자신의 이론을 실천적으로 보여준 작품이다.
달준(達夋)이라는 인물에게 그려준 이 작품은 화면 가운데 난초를 옅은 담묵으로 그리고, 주변에 회화사상 보기 드문 수준의 높은 격조(格調)를 담은 제발(題跋)을 4군데에 썼다. 글씨는 여러 서체를 섞어 썼으며, 글자 모양과 크기에 차이가 있다.

19세기 문화사를 상징하는 김정희의 학문과 예술 세계를 종합적으로 대변하는 작품으로 높은 예술적・학술적 의의를 지니고 있다. 또한 인장을 통해 전승 내력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이 문화재청의 설명이다.

'기장 고불사 영산회상도'는 화기에 있는 기록을 통해 1736년(영조 12)에 제작된 것을 명확히 알 수 있는 불화이다. 제작한 화승이 기록되어 있지 않으나 특색 있는 머리 모양, 여래를 중심으로 짜임새 있고 안정적으로 구성된 구도와 배치, 채도가 낮은 적색과 녹색의 강한 대비 등으로 볼 때 경북지역, 특히 팔공산 일원에서 활약한 의균(義均)화파의 화승이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국보로 지정된 로 지정된 '이순신 장검'외 보물이 체계적으로 보존・활용될 수 있도록 해당 지방자치단체, 소유자(관리자) 등과 적극 행정의 자세로 협조하며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이성수 글로벌에픽 기자 epic@globalepic.co.kr
<저작권자 ©GLOBALEPIC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항목 현재가 전일대비
코스피 2,391.95 ▼37.72
코스닥 662.29 ▼13.35
코스피200 317.46 ▼3.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