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를 사양이 낮은 인공지능(AI) 칩으로까지 확대하면서 AI 등 분야의 첨단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던 중국 업체들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19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미국 상무부가 17일(현지시간) 발표한 대중국 반도체 수출 추가 통제 조치로 "중국은 어쩔 수 없이 '국산화 대체'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게 됐지만, 완전한 국산 대체를 실현하기 위해중국 그래픽처리장치(GPU) 칩 업체가 가야 할 길은 아직 매우 멀다"고전했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잠정 수출 통제 규정을 보완해 '최종버전'으로 만든 이번 조치는 ▲ AI칩 규제 강화 ▲ 제재 우회 차단 ▲ 중국 기업 13곳 제재 대상 추가 등으로 구성됐다.
미국이 새로 제재 대상에 추가한 중국 업체에는 '상하이 비렌 인텔리전트 테크놀로지', '무어 쓰레드 인텔리전트 테크놀로지'와 그 자회사 등 첨단 컴퓨팅칩을 개발해온 곳들이 포함됐다. 미 상무부는 이들 업체가 "미국의국가안보·이익에 반하는 활동에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했다.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새롭게 오른 중국 업체 가운데는 경험과 자본력을 앞세워 '첨단 기술 국산화'를 외치던 스타트업이 많았다.
비렌 테크놀로지는 2019년 AI기업 센스타임의 장원총재가 설립한 중국 GPU 업계 '스타 기업'이다. 첫 제품 출시 전에 47억위안(약 8천700억원)의 투자금을 끌어모아 주목받기도 했다.
이 업체는 장차 클라우드용 인공지능 컴퓨팅에 초점을 맞추면서 AI 학습과 추론, 화상 렌더링 등 다양한 영역에서 현재의 솔루션을 따라잡고, 중국산첨단 AI칩 분야 혁신을 이루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작년 8월에는 첫 GPU 제품으로 7㎚(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법이 적용된 칩 두 종을 출시하며 엔비디아의 A100과 H100칩과 맞서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무어 쓰레드는 2020년 설립 후 GPU칩과 게임용그래픽카드를 잇따라 내놓으며 떠오른 기업이다.
전방위로 활용 가능한 GPU칩과 관련 제품 연구·개발·설계에 치중하면서 3D 렌더링과 지능형 컴퓨팅 가속, 초고화질 인코딩, 물리적 시뮬레이션을 과학 컴퓨팅 등과 결합하는작업을 지원해왔다고 차이신은 전했다.
이밖에 작년 1월 실리콘밸리에서 중국으로 돌아온 기술자들과 중국 자본이 합쳐져 창립된 슈퍼퓨전반도체와 2021년부터 렌더링과 클라우드 게임,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분야 연구·개발을해온 레이스엔진도 제재 대상이 됐다.
하이곤 테크놀로지(2019년)나 징자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2021년), 캠브리안(2022년) 등 미국 제재를 받아 AMD 등 기업과의 거래나 해외 출시를 못하게 된 중국 AI칩 기업은 앞서도 여럿 있었다.
이런 가운데 제재 수위를 한층 높인 미국의 17일 조치는 비렌이나 무어처럼 신제품을 출시하기는했지만 아직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갖춰지지 않아 본격적인 판매는 못하고 있는 범용 GPU 스타트업에까지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이라고 차이신은 짚었다.
중국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신머우의 왕샤오룽 연구 책임자는 "선진 공법을 해결하지 못한다면첨단 GPU칩 생산은 굉장히 큰 어려움에 부닥칠 것이고, 상업적으로봐도 이런 칩은 경쟁력이 부족하다"고 했다.
다른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성링하이 반도체 연구 담당 부사장은 "비렌과 무어는 아직 생긴지 얼마 안 된 회사"라며 "(미국 제재의) 포위망을 뚫고 싶다면 그래도 화웨이에 주로 기대야 할 것"이라고말했다.(연합=자료)
이성수 글로벌에픽 기자 epic@globalep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