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동 주요 동맹인 카타르가 팔레스타인의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와 그동안 유지해온 관계를 재검토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와 로이터통신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인용된 미국 당국자들에 따르면 카타르는 하마스가 이스라엘 공격 당시 납치한 인질 석방 문제가 해결되는 대로 하마스와의 관계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현재 카타르에서는 하마스가 10년 넘게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또 카타르는 하마스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와 1997년 이스라엘의 암살 시도에서 살아남은 칼리드 마샬 등 하마스 지도부에 피난처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관계는 미국 의회 내 친이스라엘 강경파의 비판 대상이 됐으며, 바이든 행정부도 이스라엘이 지난 7일 공격당한 이후 하마스를 고립하기 위해 외국 정부와 금융기관에 하마스와의 관계 단절을 압박해왔다.
카타르의 이번 결정은 지난 12일 수도 도하를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과 셰이크 타밈 빈 하미드 알 사니 카타르 군주와의 회담에서 이뤄졌다고 WP는 보도했다.
카타르와 미국이 이 사안을 인질 사태 해결 이후에 다루기로 한 이유는 카타르가 하마스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를 활용해 인질 석방을 중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주 카타르의 하마스 사무소에 대한 질문을 받고서 취재진에게 "우리는 인질로 남아있는 이들이 집으로 돌아가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하도록 하는 데 집중하고 싶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카타르는 미국이 하마스를 상대로 가자지구 인도주의 지원 및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피란 문제를 논의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중재 역할은 카타르가 다른 여러 중동 국가와 달리 다양한 국가 및 단체와 소통하며 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가능하다.
카타르는 가자지구 공무원들의 월급을 주고 저소득층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등 팔레스타인을 후원해왔다.
그러면서도 다른 중동 국가들이 이스라엘과 어떤 접촉도 강하게 반대했던 1990년대에 자국 내 이스라엘 무역사무소를 허용하는 등 이스라엘과도 조용히 관계를 맺어왔다.
액화천연가스 최대 수출국인 카타르는 이란과 가스전을 공유하고 있어 이란을 경계하는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UAE)보다 이란에 덜 적대적이다.
카타르는 2021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수를 지원하는 등 미국과 긴밀한 안보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다. 중동에서 가장 큰 규모의 미군기지도 카타르에 있다.
WP는 카타르의 이번 결정이 하마스 추방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면서 그럴 경우 하마스가 서방에 덜 우호적인 이란이나 시리아 등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서방이 하마스와 정전, 인도주의 지원, 포로 교환 등 예민한 문제를 협상하기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문가 견해를 전했다.(연합=자료)
이수환 글로벌에픽 기자 lsh@globalep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