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만기 대출 상품을 틀어막고 특례보금자리론을 축소하고도 여전히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이 2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불어나자, 결국 은행들이 속속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고 있다.
KB국민·우리·NH농협에 이어 신한은행도 이번 주 일부 가계대출 상품의 금리를 올리기로 했다.
미국 국채금리 상승과 은행 자금 조달 경쟁에 이처럼 가계대출 억제 압박까지 겹치면서, 결국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지표금리보다 더 큰 폭으로 뛰고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족의 속은 타들어 가고 있다.
만약 앞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뚜렷하게 꺾이지 않을 경우, 금융 당국이 가산금리를 적용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에 더해 'DSR 예외 축소' 등의 추가 대책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 5대은행 가계대출 2년만에 최대폭↑…신용대출도 1년11개월만에 반등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26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84조8천18억원으로 9월 말(682조3천294억원)보다 2조4천723억원 또 늘었다.
월 증가 폭으로는 2021년 10월(+3조4천380억원) 이후 2년 만에 가장 크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2조2천504억원(517조8천588억원→520조1천93억원) 불었고, 지난달 1조762억원 줄었던 신용대출도 이달에는 5천307억원 반등했다.
월말까지 큰 이변이 없는 한 5대 은행의 신용대출까지 2021년 11월(+3천59억원) 이후 1년 11개월 만에 반등할 전망이다.
◇ 가산금리 높이고 우대금리 깎고…대출 수요 억제 '고육책'
이처럼 가계대출 증가세가 쉽게 진정되지 않자 시장금리가 급등하는 시기에 시중은행들이 일부러 추가로 금리를 더 올리는 이례적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내부 회의를 거쳐 다음 달 1일부터 가계대출 일부 상품의 금리를 소폭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구체적으로는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신규코픽스·신잔액코픽스(6개월 주기) 기준 변동금리의 가산금리가 0.05%포인트(p) 오르고, 전세자금대출과 신용대출 가운데 지표 금리가 1년물 이하인 상품의 가산금리도 0.05%p 상향 조정된다.
신한은행보다 앞서 이미 KB국민은행은 11일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0.3%p 올렸고, 우리은행도 13일부터 같은 상품군의 금리를 최대 0.3%p 높였다.
NH농협은행은 17일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의 우대금리를 최대 0.3%p 축소해 사실상 대출금리를 인상했다.
◇ 주담대 금리 상승폭, 코픽스 등 지표금리의 최대 2배
개별 은행의 잇따른 인위적 금리 인상으로 최근 은행권 대출금리 인상 폭은 지표금리인 은행채나 코픽스 상승 폭을 웃돌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27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4.360∼6.760% 수준이다.
약 한 달 전 9월 22일(연 3.900∼6.490%)과 비교해 하단이 0.460%포인트(p) 뛰면서 4%대로 올라섰다.
이 오름폭(+0.460%p)은 같은 기간 혼합형 금리의 주요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0.268%p·4.471→4.739%)보다 0.192%p나 높다.
가뜩이나 은행채 등 시장 금리가 최근 미국과 한국 긴축 장기화 전망과 은행채 발행 물량 증가 등의 영향으로 빠르게 오르는데, 가계대출 억제 방안의 하나로 가산금리 등까지 조절되면서 상승 속도가 빨라진 셈이다.
이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연 4.570∼7.173%) 역시 상단과 하단이 각 0.300%p, 0.074%p 높아졌다.
변동금리 하단 상승 폭(+0.300%p) 역시 주요 지표금리 코픽스(COFIX·+0.160%p)의 거의 두 배에 이른다.(연합뉴스 자료)
이수환 글로벌에픽 기자 lsh@globalep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