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상대로 사실상 지상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석유·가스 시장은 이번 전쟁이 중동의 다른 지역으로 확산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9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확산 우려가 있는 중동이 전 세계 석유 공급의 3분의 1을차지하는 지역인 데다 하마스 등 이 지역 무장단체를 지원하는 이란이 이스라엘의 단계적 지상전에 대해 "레드라인을넘었다. 모두를 행동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하는등 역내 긴장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요 글로벌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이 지상 작전을 강화한 지난 27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2월물 가격이 전날보다 2.8% 급등한 배럴당 85.54달러로 거래됐다.
하지만 글로벌 공급에 실질적인 영향이 나타나지는 않으면서 분쟁 발발 이후 최고치인 90달러 선은밑돌았다.
이어 30일 새벽 싱가포르거래소에서 브렌트유 12월물은 89달러 안팎을 기록 중이고, WTI 12월물도 84달러 선까지 하락했다.
이는 당초 이스라엘이 공언했던 것과 달리 대대적인 전면전 대신 하루 단위로 단계별 확대 전략을 취하기 때문으로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하지만 석유와 달리 가스 시장은 이미 생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달 초 하마스의 공격으로 이스라엘이 북부 해안 타마르 가스전을 폐쇄한 이후 인근 리바이어던 가스전의 증산으로 이를 상쇄하고 있지만 역내가스공급에 대한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이스라엘에서 가스를 수입해온 이집트는 29일 수입이 끊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이란은 지난 19일 이스라엘에 대한 석유 수출 금지 조치를 촉구한 데 이어 최근 구체적인내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추가 조처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미국이 최근 시리아 내 친이란시설 2곳에 대한 공습을 단행하고, 홍해에 있던 미 항공모함이 예멘에서 이스라엘로 발사된 미사일을 요격하면서 이 지역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에서는 일부 투자자들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는 등 급등할 경우 이익을얻는 옵션에 투자하고 있다.
아울러 이번 분쟁이 이스라엘과 가자지구를 넘어 확산할 수 있다는 쪽으로 베팅이 이뤄지는 등 시장의 우려는 지속되고 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의 지오바니 사타우노보 원자재 애널리스트는 "이번 전쟁이 확산해 석유 공급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유가 상승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까지 석유공급에 차질이 있다는 보고는 없지만 (이 같은 우려로) 주 초반에 (지난 주말의) 가격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연합=자료)
이성수 글로벌에픽 기자 lss@globalep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