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 분쟁이 확산될 시 석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더 급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세계은행(WB)은 30일(현지시간) 발표한 '원자재 시장 전망'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이 확전될 경우 석유 공급 등 원자재 가격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역사적 사례에 기반을 둔 3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첫 시나리오에서는 세계 석유 공급량이 하루 50만∼200만 배럴 줄어들면서 유가가 현 분기 평균 대비 3∼13% 높은 배럴당 93∼102달러로 인상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 경우 석유 공급량 감소는 2011년 리비아 내전 당시와 비슷하다.
두 번째는 2003년 이라크 전쟁 때처럼 석유 공급량이 하루 300만∼500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가정해, 유가가 21∼35% 인상된 배럴당 109∼121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1973년 아랍 국가들이 이스라엘과 욤 키푸르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지지했던 미국 등 국가에 석유 수출을 금지했던 제1차 석유파동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석유 공급량이 하루 600만∼800만 배럴가량 감소해 유가가 56∼75%인상돼 배럴당 140∼157달러까지 갈 것으로 내다봤다.
인더밋 길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동의 최근 분쟁은 1970년대 이후 원자재 시장에 가장 큰 충격을 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바로 뒤따른다"며 "분쟁이 확산하면 세계 경제는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이중의 에너지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가 상승세가 지속되면 결국 식량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중동 분쟁이 개발도상국의 식량 위기를 심화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다만 현재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로는 원자재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분쟁이 시작된 이후 유가는 약 6% 올랐으며, 농산물과 대부분 금속을 비롯한 다른 원자재 가격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현재 배럴당 평균 90달러인 유가는 세계 경제가 둔화함에 따라 내년 81달러로 내려가고 전반적인 원자재 가격도 내년에 4.1% 하락할 것으로 세계은행은 전망했다.
분쟁이 지금까지 원자재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국가가 석유파동 이후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다른 에너지 공급원을 개발하는 등 석유 의존도를 줄이려고 노력해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성수 글로벌에픽 기자 lss@globalep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