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간 전쟁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쟁이 확전될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세계경제 전망에 먹구름을 드리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간) 양측의 전쟁이 이란 등의 참전으로 중동에서 확전될 경우세계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리고 에너지·식량 가격 상승을 촉발할 수 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세계 경제는 2020년 시작됐던 코로나19 확산, 지난해 터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기록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여파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는데 중동 정세 불안으로 그동안의회복세가 꺾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갈등이 억제될 경우 세계 경제에 미치는 여파가 제한적일 가능성에 대다수가 동의하지만, 전쟁의 전개양상에 대해서는 누구도 확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동 충돌이 (미국에) 중요한경제적 영향을 끼치는 길로 가는지 현재로서는 명확하지 않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엄청나게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봤다.
세계은행(WB)의 인더미트 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가리켜 "두 개의 에너지 충격을 동시에 겪는것은 처음"이라면서 "세계 경제는 가장취약한 시점에 있다"고 평가했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 시 가계와 기업의 구매력이 떨어지고 식품 생산 비용은 올라간다. 이집트·파키스탄·스리랑카등 개발도상국에서는 이에 따라 식량안보 문제가 대두될 수도 있다.
게다가 세계 각국은 과도한 부채, 민간 투자 위축, 무역회복세 둔화 등을 겪고 있고,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금리 인상 결과 어려움에 처한 정부·기업이 대출받기도 힘든 상태라는 것이다.
미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세계적으로 수십 년 사이 가장 위험한 시기일 수 있다"면서 "(가자지구 충돌은) 서방 세계에 최고로 중요하다"고 지난달 평가했다.
제이슨 보도프 컬럼비아대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장은 "대단히 불안하고 불확실하며 무서운 상황"이라면서 확전은 누구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미국·이란등 대다수가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실수·오해나 의사소통 상의 문제로 인해 의도치 않게 확전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밝혔다.
전쟁 발발 전인 지난달 6일 배럴당 82달러대였던 내년 1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지난달 20일 92.32달러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하락세를 그렸고 현재는 85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컨설팅업체 EY파르테논의 그레고리 다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악의 경우 국제유가가 150달러로 치솟을 수 있으며, 이 경우 가벼운 침체와 주가 급락을비롯해 세계 경제에 2조 달러(약 2천686조원)가량의 손실이생길 수 있다고 봤다.
세계은행의 아이한 코세는 "에너지 시장에 관한 한 중동에서 발생하는 사건의 여파가 중동안에만 있지 않고 세계적으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덧붙였다.(연합=자료)
이성수 글로벌에픽 기자 lss@globalep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