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음주운전은 운전자라면 결코 모를 수 없는 범죄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음주운전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 등을 운전할 때 성립한다. 이때, 술에 취한 상태란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인 경우를 의미한다. 그런데 실제 판례를 살펴보면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가 음주운전 기준을 초과했는데도 불구하고 음주운전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는 ‘운전’이라는 행위를 판단할 때 매우 구체적이고 꼼꼼한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도로교통법에서 말하는 운전은 도로에서 차마를 그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운전이란 사람이 자동차를 움직일 의도를 가지고 자동차를 움직였을 때에 성립한다. 만일 에어컨이나 히터 등을 켤 목적으로 자동차의 시동을 걸었는데 기어 등 자동차의 발진에 필요한 장치를 건드려 원동기의 추진력에 의해 자동차가 움직이게 되거나 불안정한 주차 상태, 도로 여건 등에 따라 자동차가 움직이게 되었다면 이는 운전에 해당하지 않으며 따라서 탑승자가 술에 취한 상태였다 하더라도 음주운전으로 처벌하기 어렵다.
실제로 차 안에서 에어컨, 히터 등을 켜기 위해 시동을 걸었다가 또는 시동을 켠 채 잠이 들었다가 실수로 기어를 건드려 차량이 이동했다가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되어 면허취소 등 행정 처분을 당한 사람들이 행정심판을 통해 부당함을 주장했을 때,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행정처분을 취소하고 음주운전이 아니라고 판단한 선례가 있다.
다만, 이러한 주장이 언제나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재판부는 음주운전 여부를 판단할 때 제반 사항을 매우 꼼꼼하게 살펴본다. 차량이 움직인 방향과 거리, 당시 차량이 이동하게 된 이유, 도로의 사정 등 여러 상황을 살펴 음주운전의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한다면 엄중한 처벌을 내리고 있다. 단순히 운전자의 주장만으로 상황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섣부른 거짓말이나 변명은 삼가야 한다.
한편, 주차장 등에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되었을 때 ‘주차장은 도로가 아니’라는 주장을 펼치며 처벌을 피하려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도로교통법이 개정되어 도로 외 장소에서 음주운전을 한 사람도 형사 처벌이 가능한 상태이므로 이러한 주장은 무의미하다. 행정 처분의 취소 등을 논할 때에는 이러한 주장이 일견 효과적일 수 있으나 이 또한 차단 시설의 설치 여부나 출입 통제 여부, 규모, 형태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타당한 근거 없는 주장은 단순히 책임을 모면하려는 시도로 비칠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법무법인YK 김지훈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는 “음주운전은 무척 친숙한 범죄이기 때문에 많은 운전자들이 스스로 음주운전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음주운전 혐의가 적용되었을 때 사건의 면면을 정확히 파악하여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중이 상식적인 선에서 생각하는 음주운전과 사법기관이 판단하는 음주운전 사이에는 커다란 간극이 존재하므로, 이를 고려해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환 글로벌에픽 기자 lsh@globalep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