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9일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의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50분께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이뤄진 약 10분 분량의 '국민들께 드리는 말씀'에서 여러 차례 이 부분을 강조했다.
발표 전반부에 "모든 것은 전부 저의 부족", "대통령인 저의 부족의 소치"라고 한 데 이어 마무리에서도 "실망시켜 드려 정말 죄송하다", "모든 것은 제 부족함"이라고 거듭 말한 것이다.
이는 민관이 지난 500여일간 총력전을 펼쳤음에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119표)에 크게 뒤진 29표를 기록하자 이에 따라 불거진 '책임론'을 자신에게 돌려 국론 분열을 차단하고자 하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 시간으로 이날 새벽 1시 22분께 유치 불발이 확정돼 정부 입장을 정리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리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었지만, 이 같은 예상을 깨고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 윤 대통령의 발표 시작 8분 전에 언론에 공지됐을 만큼 급박하게 진행됐다.
특히 윤 대통령이 공식 기자회견이나 신년사 이외에 직접 브리핑룸 마이크 앞에 서서 특정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은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이번 사안이 엄중하다고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렇게 책임은 자신에게 돌리고 "그간 엑스포 유치를 위해 수고해줬다"며 발 벗고 뛰었던 중앙·지방정부와 기업에는 감사를 나타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박형준 부산시장, 최태원 SK그룹·이재용 삼성전자·정의선 현대차그룹·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 이름을 일일이 거명했다. 또 파리 주재 대사들과 직원들에게도 감사하다는 뜻을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유치전이 현 정부의 핵심 기조인 균형발전 전략과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 있는 기여와도 맞닿아있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엑스포 유치는 실패했지만, 현 정부 국정과제 추진에 필요한 네트워크와 전략, 자산들을 축적할 계기가 됐다는 데에 의미를 둔 것이다.
우선 서울(수도권·충청·강원 포괄)과 부산(영·호남 포괄)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발전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라고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마치 축구에서 운동장을 전부 써야 좋은 경기가 나오듯이 세계 10대 경제 강국에서 더 점프하기 위해서는 우리 국토의 모든 지역을 충분히 산업화해서 다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엑스포 유치는 실패했지만, 우리나라의 국토 균형발전 전략은 그대로 추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5년 엑스포를 개최하는 일본 오사카를 사례로 들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하면 서울밖에 모른다"며 "일본 하면 전 세계적으로 도쿄·오사카 두 개의 축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치전을 통해 강조한 국제 사회와 연대도 계속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글로벌 중추 외교라는 기조 아래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 있는 기여는 국격을 위해서도 반드시 철저하게 추진하고 이행해나가겠다"며 "연대의 엑스포라는 대한민국의 대외 정책 기조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발표 동안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을 비롯해 대통령실 수석비서관급 참모들도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중요한 국정과제였는데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국정의 책임자가 국민들께 직접 말씀드리는 게 당연하다"고 발표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유치 실패 원인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는 "엑스포 유치위 차원에서 세세하게 따져보고 머리를 맞대며 찾아야 할 것 같다"며 "오늘은 대통령이 국정 책임자로서 큰 원칙과 기본적 입장을 전달한 것"이라고 답했다. (자료=연합)
이수환 글로벌에픽 기자 lsh@globalep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