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네델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은 마르크 뤼터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반도체 동맹'을 명문화하며 마침표를 찍었다. 이 기간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 독보적인 ASML의 클린룸 시찰은 상징적 장면으로 남겼다.
윤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끝내며, 3박 5일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의 주요 일정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방문으로 미국, 일본에 이어 반도체 장비 강국 네덜란드와의 연대를 통해 반도체 생산 전(全) 주기에 걸친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글로벌 협력 채널을 구축하겠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윤 대통령과 뤼터 총리는 이날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반도체 공급망 위기를 함께 극복할 협력관계를 구축하자는 '반도체 동맹'(semiconductor alliance)을 담은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두 나라가 외교관계에서 반도체 동맹을 명문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과 네덜란드 간 반도체 동맹을 구축했다는 것은 반도체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중요한 과학 기술적인 문제들을 함께 논의하고, 해결하고, 정보를 긴밀하게 공유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설계·소부장(소재·부품·장비)·제조의 전 주기를 연결하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동맹 형성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한미일의 결속을 통한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해 온 윤석열 정부에 네덜란드는 핵심 협력 국가다.
네덜란드는 세계 1위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을 보유한 반도체 최강대국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제조 강국이지만 비메모리 분야, 특히 소재와 장비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우리나라에 필수 협력 대상인 셈이다.
정부는 네덜란드와의 반도체 동맹이 반도체 장비 공급·조달의 활로를 뚫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계적 반도체 장비 기업인 ASML은 최첨단 2나노 공정이 가능한 클린룸을 외국 정상 중 최초로 윤 대통령에게 공개했다.
박춘섭 경제수석비서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2나노 기반 반도체 양산에는 ASML의 차세대 극자외선(EUV) 장비가 필수적인데, 연간 생산 가능 규모가 20대 수준으로 예상된다"며 "차세대 EUV 장비의 안정적 확보가 향후 반도체 초미세화 경쟁의 승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국빈 방문 계기로는 네덜란드와의 협력 체계까지 마련하게 됐다.
박 수석은 "양국이 정부 간 반도체 협력 채널을 신설하고 핵심 품목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기로 함에 따라 미국, 일본, 영국에 이어 네덜란드로 연결되는 반도체 공급망 연대가 완성되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네덜란드는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핵심품목 공급망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양국이 핵심품목 대체 수입처를 발굴하고 공급망 조기경보시스템 운영 경험을 공유하는 한편, 유사시 비축 품목 스와프(교환) 등의 협력을 추진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핵심품목 공급망을 다변화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반도체 등의 생산에 투입되는 전략광물을 포함한 핵심품목을 상당 부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공급망 리스크를 한층 높여놨다.
한미일을 중심으로 한 다자 안보 체계 안에서 네덜란드를 비롯한 자유 국가와의 연대를 통해 공급망 리스크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 공급 기반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했다.
반도체 외에 원전과 무탄소 에너지 분야에서도 협력 이어가기로 했다.
양국 정부는 원전 기술·건설·인력·연료 등 전 주기에 걸친 원전 협력 MOU를 체결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네덜란드의 신규 원전 수주를 위한 경쟁에 공식적으로 참여했다.
양국은 이날 윤 대통령과 뤼터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이 같은 내용의 MOU 6건에 서명했다.
이성수 글로벌에픽 기자 lss@globalep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