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부모님을 부양하는 문제로 갈등을 빚는 가정이 적지 않다. 혼인을 하여 자신만의 가정을 꾸린다 하더라도 자식으로서 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의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통상 부모에 대한 자녀의 지원은 명절이나 생신 등 기념일에 용돈을 챙겨 드리고 병원비를 부담하는 선에서 그친다. 자녀의 소득과 매달 발생하는 지출의 규모를 고려해 자녀의 생활에 큰 부담이 가지 않는 수준에서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자녀의 가정을 유지하고 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규모의 경제적 지원을 지속하거나 배우자 몰래 자신의 부모만을 챙기는 행위 등을 했다가 적발되어 부부 사이의 갈등이 깊어지곤 한다. 이처럼 배우자의 부모를 봉양하는 문제로 부부 간의 갈등이 심해졌다면 이러한 이유로 이혼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일까?
우리나라에서 이혼은 크게 협의이혼과 재판상 이혼으로 진행된다. 만일 부부가 이혼에 대해 갖는 의사가 서로 합치한다면 협의이혼으로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두 사람 중 한 명이라도 이혼을 반대한다면 소송을 제기하여 이혼을 다투어야 한다. 이를 재판상 이혼이라 하며, 민법이 정한 6가지 이혼 사유 중 하나가 인정될 때에만 진행 가능하다.
민법상 재판상 이혼 사유로는 △배우자의 부정행위 △배우자의 악의의 유기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아니한 때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등이 있다. 자신의 부모를 지나치게 봉양하는 행위는 이러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단순히 그러한 이유만으로 이혼을 진행할 수는 없다.
하지만 봉양 문제로 인해 장서갈등, 고부갈등이 깊어져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에 해당하는 상황이 벌어지거나 배우자가 자신의 가족을 챙기기 위해 지속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등 부부의 신뢰를 깨트리는 행위를 지속하여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에 해당한다면 이러한 사실을 입증함으로써 이혼 사유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실효성 있는 증거를 확보하여 활용해야만 이혼을 진행할 수 있으며 만일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면 피해 정도에 따라서 위자료를 청구하는 것도 가능하다.
수원 법무법인YK 김은정 이혼전문변호사는 “가족 간의 정이 남다른 우리나라에서는 부모와 배우자의 갈등으로 부부 관계가 파탄에 이르러 이혼을 진행하는 경우를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려면 부모와 배우자 사이를 현명하게 중재하여 갈등의 소지를 줄여야 한다. 자녀로서 효를 다하는 것도 좋지만 자신의 가정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아야 부부간 갈등으로 인한 이혼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수환 글로벌에픽 기자 lsh@globalep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