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한국 경제의 연간 성장률이 평균 2.0% 안팎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국내외 주요 경제연구기관과 증권사들은 올해 하반기의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면서 '1%대 초중반'의 저성장 흐름을 벗어난 수치지만, 그 이상 반등하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31일 관가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책 연구기관과 민간 연구소, 국제기구, 증권사 등 20곳이 발표한 내년도 한국경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는 평균 2.0%로 집계됐다.
기관별로 보면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산업연구원은 각각 2.2%, 2.0%를, 사단법인 한국금융연구원은 2.1%를 제시했다.
이들의 전망치는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내년 성장률 전망치(2.1%)와 대체로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전망치(2.4%) 보다는 낮다.
상반기 성장률은 평균 2.2%, 하반기 성장률은 평균 1.9%로 각각 전망됐다. 올해의 완만한 상저하고의 흐름이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지겠지만, 하반기부터는 상승세가 주춤할 것으롷 내다봤다,
KDI는 보고서에서 "내년 성장률은 '고(高)'라기 보다는 '중'(中)에 가까운 수준으로 올라가는 것"이라며 "내수 증가세 둔화가 예상되지만, 수출을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업연구원은 "2024년 국내경제는 IT 경기의 완만한 회복세에 힘입어 수출과 설비투자가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라면서도 "고물가·고금리의 영향으로 소비 성장세가 둔화하고 건설투자가 위축되면서 완만한 성장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국제기구들 역시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개발은행(ADB),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 한국 경제의 성장률을 평균 2.2%로 전망했다.
반도체 경기 회복에 따른 수출 개선, 중국 경기 회복 효과 등에 힘입어 올해보다 성장률이 증가하겠지만, 가계·기업부채 부담 증가 등은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공통된 분석이었다.
민간 경제연구소와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은 상반기 성장률은 2.1%, 하반기 성장률은 2.0%로 각각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과 LG경영연구원, 우리금융경영연구소, 하나금융경영연구소, 한국경제인협회는 내년 한국경제가 평균 2.0% 성장할 것으로 봤다.
이중 LG경영연구원은 상반기 1.9%, 하반기 1.7% 성장하면서 연간으로 1.8%에 머무는 가장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LG경영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인플레이션 우려 지속으로 금리를 조기에 크게 낮추기도 어렵고, 정부가 재정지출을 적극적으로 늘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과거 경제위기 상황을 제외하면 처음으로 2년 연속 2% 경제성장률에 미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SK증권, 신한투자증권, KB증권, 메리츠증권, 한화투자증권, 키움증권, 하나증권 등 증권사 9곳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 평균도 2.0%에 그친다.
전망치가 가장 낮은 신한투자증권은 1.7%, 가장 높은 메리츠증권은 2.3%로 각각 예상했다.
20개 기관의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평균 2.6%였다. 내수 둔화와 고금리의 영향이 반영되면서 작년 5.1%, 올해 3.6%로 2년 연속 계속된 고물가 흐름이 완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한국은행 역시 내년 물가상승률을 2.6%로 전망했다. 정부의 7월 전망치는 2.3%였다.
KDI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단기적으로 등락하고 있지만, 근원물가 상승세는 둔화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며 "기대 인플레이션도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는 만큼, 전체적인 물가상승률 하락 흐름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지정학적 갈등에 따른 에너지 가격의 변동성과 이상기후로 인한 농축수산물 수급 불안정, 공공요금 인상 등은 물가의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이성수 글로벌에픽 기자 lss@globalep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