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출산율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여성들에게 아이를 더 갖도록 압박하고 있지만 여성들은 이런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현재 약 14억명인 중국 인구가 2100년에는 5억명으로 급감할 것이란 인구 추계가 나오는 가운데 중국 사회가 저출산의 책임을 여성들에게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WSJ에 따르면 2022년 중국의 신생아 수는 956만명으로 '신중국'이 건립된 1949년 이후 73년 만에 연간 1천만명을 밑돌았다.
2012년에만 해도 신생아 수는 1천635만명에 달했는데, 불과 10년 만에 신생아 수가 급감한 셈이다.
중국의 합계출산율은 2020년 1.30에서 2022년 1.09명으로 하락했다.
WSJ은 중국의 인구 감소세가 가속화되면서 2100년엔 인구가 5억8천700만명으로 급감할 것이란 펑슈졘 호주 빅토리아대 선임연구원이 이끈 공동연구팀의 인구추계 연구 결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중국 당국은 출산 장려금 지급, 육아 수당 지원, 주택 구매 우대 혜택 부여 등 다양한 출산 장려책을 내놨지만,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젊은 층으로부터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특히 '출산 친화적 문화'를 위한 캠페인이 국가적인 시급한 과제로 자리 잡았지만, 오히려 여성들의 반발감만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여성 장 모씨의 경우 2014년 둘째를 출산했을 때 정부의 '한 자녀 정책' 탓에 벌금을 부과받고 추가 임신을 막기 위해 3개월마다 자궁 내 피임 장치를 검사받아야 했다.
2015년 한 자녀 정책을 폐지한 뒤에도 한동안 피임 장치 확인 검사를 했던 당국은 최근 들어선 그녀에게 아이를 더 낳으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그녀는 전했다.
장씨는 "정부가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은 내버려 뒀으면 좋겠다"라고 WSJ에 불만을 토로했다.
WSJ은 젊은 여성들은 중국 정부의 괴롭힘에 피로감을 느끼고 나아가 육아에 따른 희생을 우려하면서 출산을 기피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WSJ은 "중국 여성들의 출산 거부는 고령화하는 중국의 인구를 늘리기 위해 더 많은 신생아를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중국 공산당 정부에 위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또 저출산의 책임을 여성들에게 돌리고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0월 말 중화전국부녀연합회에 행사에서 "여성 분야의 위험을 예방하고 해결하자"라고 연설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왕이청 워싱턴앤리대학 정치학 조교수는 여성이 직면하고 있는 위험에 대해 얘기한 게 아니라 여성을 사회 안정의 주요 위협 요인으로 간주한 게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수환 글로벌에픽 기자 lsh@globalep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