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제도는 타인의 위법한 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이 그 손해를 만회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발달했다. 교통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산업재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의료 과실에 의한 손해배상청구 등 매우 다양한 상황에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일종의 무기처럼 휘두르며 과도한 배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주의해야 한다.
우선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별도의 규정이 없는 한 과실범은 처벌하지 않는 형사법 영역과 달리 민사법 영역에서는 원칙적으로 과실을 고의와 동일시한다. 따라서 불법 행위는 고의로 인한 것이든 과실로 인한 것이든 구분하지 않는다. 고의는 자기의 행위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가 발생할 것임을 알면서도 그 행위를 하는 심리 상태를 말하고 과실은 사회생활상 요구되는 주의를 기울였다면 자기 행위로 인한 일정한 결과의 발생을 예측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주의를 다하지 않아 손해를 끼치게 하는 심리 상태를 말한다.
민사상 위법 행위는 형사상 범죄와 동일한 의미는 아니다. 어떤 행위가 법체계 전체의 입장에서 허용되지 않아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다면 그 행위는 위법행위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불륜 행위는 간통죄 폐지로 인해 비범죄화 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민법에서 부부의 정조 의무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위법 행위로 인정된다. 배우자의 불륜으로 입은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즉,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침해행위로 인해 실제 손해가 발생해야 한다. 앞으로 손해가 발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만으로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으며 사회통념상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했을 때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또한 가해자의 침해 행위와 피해자가 입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만 배상을 받을 수 있다.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배상 책임을 따지고 배상의 규모를 정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이 과실상계와 손익상계다. 설령 상대방의 잘못으로 손해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그 손해의 발생에 있어 당사자에게도 과실이 있다면 법원은 양 측의 과실을 비교하여 손해배상 범위를 정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과실상계다. 손익상계는 주로 재산상 손해액을 산정할 때 고려하는 요소인데 가해자의 위법 행위로 인해 피해자에게 별도의 이익이 생긴 상황이라면 손해배상금을 정할 때, 그러한 이익을 공제하여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법무법인YK 곽혜진 변호사는 “손해배상이라는 말을 일상에서 자주 듣기는 하지만 실제로 손해배상을 어떠한 과정을 거쳐 어떠한 내용을 다루어 진행하는지 알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단순히 상대방의 사과를 이끌어 내거나 상대방을 압박하기 위해 손해배상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손해배상책임은 어디까지나 잘못한 범위 내에서만 인정되어야 하므로 사안의 잘잘못을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환 글로벌에픽 기자 lsh@globalep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