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모임이 많은 연말연시를 거치며 음주운전 단속도 강화되고 있다. 대부분의 경찰청은 특별 단속 기간을 설정해 야간은 물론 주간에도 음주운전 단속을 펼치고 있다. 또한 지난해 7월부터 상습 음주 운전을 하거나 음주 운전으로 교통사고를 일으켜 사망자를 발생시킨 운전자의 차량을 강제로 몰수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음주운전 실태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행정안전부와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18~’22)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총 8만 2,289건이며 사망자는 1,348명, 부상자는 13만 4,890명에 달한다. 가장 음주운전 교통사고가 많이 생기는 요일과 시간대는 토요일, 자정 전후로 나타났다. 사건 발생 건수 자체는 적지만 낮 시간 동안 음주 운전을 하거나 술을 마시고 다음 날 숙취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일으키는 사례도 상당했다.
음주 운전의 유해성이 끊임없이 지적되며 관련 제도와 법령이 꾸준히 개정되어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는 상황에서도 운전자들이 음주 운전을 지속하는 배경에는 음주량에 대한 지나친 과신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2021년 실시한 ‘음주 후 운전 여부를 결정하는 심리적 요인’에 대한 조사 결과에서 운전자들이 음주 운전을 하는 이유로 ‘마신 술의 양이 적어서’라는 응답을 가장 많은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적은 양의 술을 마시고 운전해도 괜찮다는 생각은 운전자의 허황된 믿음에 불과하다.
실제로 현재 도로교통법에서 인정하는 음주운전 기준인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 0.03%는 개인마다 알코올 분해 속도가 다르긴 하지만 성인 남성이 소주 한 잔만 마셔도 충분히 충족할 수 있는 수치다. 운전자 스스로 생각하기에 적은 양의 술을 마셨고 아무리 정신이 멀쩡하게 느껴진다 하더라도 법적 기준을 충족한다면 처벌을 피할 수 없다.
참고로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이라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운전면허도 정지된다. 혈중알코올농도가 0.08% 이상이라면 1년 이상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상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며 운전면허 취소 처분이 가능하다. 만일 교통사고로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사망케 했다면 처벌 수위는 대폭 높아지며 교통사고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다면 가중처벌도 피하기 어렵다.
법무법인YK 춘천 분사무소 박훈석 형사전문변호사는 “과거 음주 운전을 저지른 전력이 있거나 혈중알코올농도가 0.2% 이상의 만취 상태라면 음주 운전 단속에 적발된 즉시 구속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교통사고를 일으킨 경우라면 구속 가능성이 더더욱 높아진다”며 “음주 운전으로 걸렸을 때 가벼운 훈방으로 그치던 시절은 이미 끝났다. 죄질이 나쁘다면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았어도 실형이 선고될 정도의 중범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환 글로벌에픽 기자 lsh@globalep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