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규모 금융기관 등에서 임직원에 의한 업무상횡령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며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다.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는 범죄다. 이러한 횡령죄를 업무상 임무에 위배하여 저지르면 단순 횡령죄에 비해 죄질이 나쁘다고 보아 더욱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된다. 업무상횡령이 성립하면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런데 관리자가 회사 돈 등 공금을 개인계좌로 이체하거나 인출했다는 사정만으로 무조건 업무상횡령으로 단정 지을 수는 없어 주의해야 한다. 공금을 관리하다보면 불가피한 사정 때문에 개인계좌를 업무에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금을 인출하거나 소비한 정황이 확실하다 하더라도 ‘불법 영득의 의사’가 있는지 확인해야 업무상횡령의 성립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불법 영득의 의사란 다른 사람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그 위탁의 취지에 반하여 정당한 소유권자를 배제하고 그 재물을 마치 자기 소유물처럼 이용, 처분하려는 의사를 말한다. 이 점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외관상 공금을 개인이 사용했다 하더라도 횡령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업계 관행상 개인 카드를 이용해 기업, 모임 등의 경비를 지출한 뒤 공금에서 개인 계좌로 경비에 해당하는 액수의 돈을 이체했다면 이는 사후정산에 해당하기 때문에 업무상횡령에 해당하지 않게 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절차적 요건을 지켰는지, 구체적인 사용 내역이 무엇인지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이처럼 보관자의 이익을 위해 재산을 처분한 상황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지 않아 횡령죄도 성립하지 않게 된다.
반대로 공금에 일절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해도 불법영득의사가 확인되어 업무상횡령으로 처벌받게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금을 관리하던 사람이 개인카드 대금을 결제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공금을 이용한 뒤 즉시 이를 반환한 경우, 권한 없음을 알면서도 자신을 위해 공금에 손을 댄 이상 불법영득의사가 확인되었고 이것이 실현되었기 때문에 업무상횡령의 성립을 부인하기 어렵다. 처음부터 공금을 다시 반환할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 해도, 실제 손해액이 0원이라 하더라도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
경찰 출신의 법무법인YK 전형환 형사전문변호사는 “업무상횡령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공금 계좌와 개인 계좌를 철저히 구분하는 것이지만 사실 단체, 기업 등을 운영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사용처가 혼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 업무와 관련된 지출을 입증할 수 있는 증빙자료를 충실히 준비해야 하고 상급자 등 관련자들의 허가를 받아 진행해야 업무상횡령으로 처벌받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수환 글로벌에픽 기자 lsh@globalep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