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을 앞두고 난무하는 '지라시'를 통한 의혹 제기에 출마자들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치권에서 지라시란 흘러 다니는 소문을 담은 쪽지란 뜻으로 통용된다.
여야 모두 공천 심사가 본격화하면서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내용 하나하나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분위기다.
여야는 모두 '컷오프(공천 배제) 살생부 지라시'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에서는 지난해 말 당무 감사에서 하위 평가를 받은 현역 22명이 컷오프 대상에 올랐다는 지라시가 나돌았다.
이어 영남권 초선, 비윤(비윤석열)계 등 지역·계파별 의원들 명단이 등장했지만,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최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헌신 요구'가 부각되면서 '살생부 지라시'가 다시 소환되는 분위기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1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헌신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지역구 이동, 공천 배제 등 보도가 나올 때마다 지난 지라시들을 열어 보며 명단 대조를 해 본다"고 말했다.
컷오프 발표 일정이 다가오면서 경쟁 후보를 겨냥한 무분별한 의혹 제기도 난무하고 있다.
특히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인식이 강한 텃밭 지역에서는 의혹 제기에 이은 법정 공방까지 예고되는 상황이다.
대구 지역에서는 지난 한 달간 수 건의 지라시와 가짜뉴스 관련해 후보 간 고소·고발이 이뤄졌다.
특정 인사의 장점, 경쟁력 등을 상세히 기술하는 형태의 지라시도 등장했다.
최근 여당 소속 한 영남권 중진 의원과 관련해 "수도권 험지 차출은 저항이 클 것", "경남 A 지역구 출마 이야기도 있다", "경쟁력 있는 지역 전략공천설 후보지로 부산 B 지역구 거론" 등의 내용을 담은 글이 여의도 정가에 퍼졌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지난달 후보자 공모를 앞두고 '선출직 공직자 평가 하위 20% 명단'을 담은 글이 당 안팎에 퍼졌다.
하위 20%에 드는 현역 의원들은 경선 득표의 20∼30%를 감산해 사실상 컷오프 대상으로 분류된다.
당시 지라시에는 유독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이 많이 포함돼 '비명계 살생부'라는 말이 떠돌았다.
민주당은 논란 확산을 막고자 '가짜뉴스'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이후에도 '하위 평가 본인들에게 통보가 갔다'는 보도들이 나왔다.
이에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은 평가 하위 20% 명단 통보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진화에 나섰다.
임 위원장은 지난달 18일 공관위 회의 후 "(하위 20% 명단은) 캐비넷 금고에 넣어놨고 아직 봉인돼있다"며 "저밖에 보지 못하며, 통보도 제가 마지막에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위 평가자 명단 통보는 설 연휴가 지난 시점에 이뤄진다.
이달 초에는 전략 공천과 관련한 여론조사설을 두고 당내 잡음이 일었다.
총선 격전지로 예상되는 서울 종로와 동작을 등에서 현역 의원이나 지역위원장뿐 아니라 해당 지역에 연고가 딱히 없는 중진급 원외 정치인들까지 후보로 포함된 여론조사가 진행됐다는 얘기가 당내에 급격히 퍼졌다.
이에 해당 지역구의 한 후보는 여론조사 관련 뉴스를 '가짜 뉴스'로 규정하며 크게 반발하기도 했다.(자료=연합)
이수환 글로벌에픽 기자 lsh@globalep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