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여전히 선거구가 획정되지 않아 직전 21대 총선에 못지않은 늑장 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는 일부 지역에 대해선 의견 접근을 이뤘으나 쟁점 지역구 조정을 두고선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15일 중앙선관위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제시한 획정안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관계자는 "광역 시도별 선거구 정수는 획정위가 원칙을 지켜서 만든 것이라 유지돼야 한다"며 "다만 서로 절충할 여지가 있는지 재검토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획정안 가운데 여당 '텃밭'인 서울 강남 3개 지역구는 그대로 두고 민주당 우세 지역인 경기 부천과 전북에서 1석씩 줄이는 내용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지역구별 경계 조정과 관련해서는 여야 간 큰 틀의 협의가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개특위 관계자는 "영남 지역은 여당이, 호남은 야당이 각자 경계를 조율한 안을 갖고 오기로 했다"며 "서로의 안을 존중하기로 한 만큼 최종 합의에 큰 지장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야 대치가 이어지면서 획정위가 '데드라인'으로 제시한 오는 21일까지 협상안이 타결될 가능성은 작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야는 오는 29일 열리는 2월 임시국회 본회의를 1차 마지노선으로 잡고 설 연휴 이후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지만, 접점을 찾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일각에서는 총선 때마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는 것을 두고 현역 의원들의 기득권 지키기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획정이 늦어질수록 정치 신인들의 선거 운동 효과가 제약되면서 '현역 프리미엄'이 배가될 수 있어서다.
국회 관계자는 "예전에도 그랬듯 여야가 최종에는 정치적 협상으로 선거구를 주고받는 형식의 획정안을 낼 것으로 본다"며 "다만 획정위가 여야의 인위적 구역 조정안을 그대로 수용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여야는 설 연휴가 끝나는 대로 4월 총선에 적용할 비례대표제를 두고도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를 당론으로 정한 만큼 비례제 개편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수환 글로벌에픽 기자 lsh@globalep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