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6일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스스로 책무를 저버리는 일이며 자유주의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하는 불법집단행동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대응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의료계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 강경 대응 방침을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정부 세종청사에서 국무회의와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잇달아 주재하며 이같이 의료 개혁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밝혔다.
윤 대통령이 중대본 회의를 주재한 것은 지난해 7월 집중호우 이후로 약 8개월 만이다. 이번 의료 현장의 혼란을 국가 재난 수준으로 인식하고있는 셈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불법 집단행동"이란표현을 세 차례 썼다.
"불법 집단행동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대응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불법 집단행동은 절대 허용될 수 없다" 등의 발언이었다.
전공의들의 의료현장 이탈을 '불법'으로 못 박은 것이다. 지금까지 '집단행동', '집단적인진료 거부' 등으로만 언급했던 점과 비교하면 한층 강경해진 기류다.
메시지도 의료현장 복귀 호소에서 경고로 중심이 옮겨졌다.
기존에는 지역 필수의료 붕괴에 따른 의대 증원 필요성과 함께 의료 개혁 동참을 당부했다면, 이날은불법 행위에 대한 정부의 책무를 강조하는 데 중점을 뒀다.
윤 대통령은 "국가가 의사에게 면허를 부여하고 법에 따라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은 국민의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일"이라며 "의사의자유와 권리에는 책임이 따르는 것"이라며 "의료행위에 대한 독점적 권한은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함께 부여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돌아오지 않은 전공의들에 대해서는 구제 없이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적용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을 부각했다.
윤 대통령은 과거 정부가 의료계 사태 해결 과정에서 의료계의 압박에 밀려 온정적 처분을 반복한 게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인식을 하는 것으로알려졌다.
국무회의에서는 비상 진료의 안정적인 작동을 위한 1천285억원 규모의 예비비도 확정됐다.
정부의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 사태가 더욱 장기화할 경우를 대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녹색 민방위복으로 갈아입은 윤 대통령은 중대본 회의에서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대한 책임을 방기한 의사에 대한 합당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동시에, 이들의 공백을 메울 수 있도록 비상진료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구체적인 근거를 들어 의대 증원 2천명이 최소 필수 인원이라는 입장도 유지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이미 2천명 증원에 대한과학적 통계를 제시했다"며 건강보험이 처음 도입된 1977년이래 국내총생산(GDP)은 116배, 국민 의료비는 511배 증가했으나 의사 수는 7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이성수 글로벌에픽 기자 lss@globalep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