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와 의대 재학생에 대한 '불이익'을 우려하는 전국의 의과대학 교수들의 집단사직 움직임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병원 운영에 손해가 눈덩이 처럼 불어나자 서울대병원은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2배로 늘리는 등 진료 차질로 인해 적자 누적으로 인한 병원들의 재정적 부담이 날로 커지는 상황이다. 또 전공의를 대신해 공중보건의와 군의관이 수도권 대형병원 등에 투입되면서, 공보의 등이 맡고 있던 의료취약지역 보건지소들의 공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1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아주대 의대 교수협의회는 전체 교수 400여명 가운데 지난 사흘간 자체 설문조사에 응답한 261명의 96.6%가 단체 행동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직접 사직서를 제출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교수는 77.7%에 달했다.
경상대 의대 교수회는 전날 비상대책위원회 총회에서 전공의와 의대생에 대한 정부 제재에 반발해 집단사직을 결정했다. 이곳 교수는 창원과 진주 두 곳을 합쳐 260명 수준으로, 사직서제출 시점은 조만간 투표를 거쳐 정할 방침이다.
충북대 의대·충북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도 소속 교수 240여명을 대상으로 집단사직 참여 여부를 묻는 설문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140여 명이 설문을 마쳤는데, '참여' 쪽이 우세하다는 분위기가 전해졌다. 최종 결과는 내주 초 발표된다.
전북대 의대 교수들은 전체 207명 가운데 155명이자체 설문조사에서 사직서 제출 의사를 밝혔다. 설문에는 188명이 참여했다.
교원이 아닌 진료만 전담하는 임상 교수 요원은 96%가 사직서 제출 의견을 냈다.
원광대 의대 교수들은 119명을 대상으로 자체 설문조사 한 결과 응답자 102명 중 97.1%인 99명이 사직서 제출 등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건양대병원 교수들도 전체 142명 중 92명이 사직등 적극적인 행동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제주대 의대·전남대 의대 교수들도 이날 오후 5시부터 각각 회의를 소집해 사직서 제출 여부 등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제주의대 교수협의회는 만약 집단으로 사직서를 내더라도 이는 정부 정책에 대한 분노의 표시이지 당장 의료 현장을 떠나는 일은 없다는 입장이다.
동아대, 강원대, 한림대, 순천향대, 단국대, 조선대, 울산대 등 전국의 지역 의대 교수들도 자발적 사직서 제출 또는 대응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전공의 집단 이탈을 사태 초기부터 감당하면서 발생한 환자와 진료 급감으로 병원의 재정 손실이 커지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공공의료 투자로 원래 적자였는데, 의료공백 사태로 인해 하루 매출이 예년보다 10억원씩 줄었다.
서울대병원은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기존 500억원보다 2배인 1천억원 규모로 늘렸다.
서울아산병원도 병상 가동률이 급감하면서 날마다 10억원 넘는 손해가 발생하고 있다.
의료계는 이른바 '빅5'에 속하지 않은, 서울의 중간 규모 병원들도 지난해 매출에 비해 하루 7억원씩 손실을보는 것으로 파악했다.
부산대병원은 지난주부터 병원 보유금을 유지하기 위해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수술 건수가 절반 가까이 줄고 병상 가동률도 40∼50% 이하로 떨어지면서 부산대병원은 이번 달에만 100억원대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한다.
동아대병원은 지난 12일부터 의사를 제외한 간호사 등 전 직원 2천200여명에 대해 무급휴가 신청을 받고 있는데, 지금까지 70여 명이 신청했다.
동아대병원 관계자는 "병영 경영이 어려워진 데다 환자 수와 수술 건수가 급격히 줄어 무급휴가를 시행하고 있다"며 "비상 경영체제에돌입한 것은 아니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병원 경영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경북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대구파티마병원 등 대구지역주요 병원들은 병동 통폐합 등으로 악화하는 경영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
이탈한 전공의들의 장기간 미 복귀, 이를 메우기 위한 공보의 차출로 이들이 맡고 있던 취약지 의료공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경남에서는 공보의 17명이 차출돼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전남대병원, 경상국립대병원, 부산대병원등 5곳에 배치됐다.
이들 공보의 대다수가 군 단위 등 의료 취약지역에서 근무한 만큼 경남도는 의료공백 사태를 막고자 순회진료 확대, 원격진료 지원 등에 나섰다.
강원도는 소아 진료 공백을 방지하고자 공공의료 분야의 진료 기능을 보강했다.
속초의료원과 영월의료원은 평일 오후 11시까지 소아 진료를 운영 중이고, 지난달 말 근로복지공단 태백병원도 소아 야간·휴일 진료 사업에 참여했다.
공보의 차출로 진료가 중단된 전남지역 '1인 의사' 보건지소들도연일 의료공백을 걱정하는 상황이다.
전국의 대학병원 등으로 차출된 전남지역 공보의는 23명인데, 도내 22개 시·군 보건지소는 의사 1명이근무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더이상 공보의 차출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공보의가 빠진 보건소와 보건지소의 진료 불편을해소하기 위해 인근 보건소에 근무하는 공보의에게 순회 진료를 하도록 하고, 일부 원격진료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이성수 글로벌에픽 기자 lss@globalep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