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어려운 상황에 처하는 근로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퇴직금 미지급을 비롯한 임금체불 문제도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지난해 임금체불액은 1조 7,845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임금, 퇴직금 등은 근로자의 생존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고 퇴직금 미지급이나 임금체불은 우리 사회의 경제적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때문에 정부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며 근로자들을 돕고 있다.
가장 널리 활용되는 제도는 단연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하는 방법이다. 임금체불은 물론 퇴직금 미지급인 경우에도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을 수 있다. 이때, 퇴직금 지급 요건을 충족했음에도 회사에서 퇴직금을 주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퇴직금은 한 사업장에서 1년 이상, 1주에 15시간 이상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라면 누구나 받을 수 있으며 계속 근로 기간 1년에 대해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으로 계산한다. 근로자라면 정규직이든 계약직이든 아르바이트이든 고용의 형태를 구분하지 않고 퇴직금을 받을 수 있으며 5인 미만 사업장이라 하더라도 퇴직금 지급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
별도의 사유가 없는 한 퇴직금은 근로자가 퇴직하고 14일 이내에 지급해야 한다. 만일 회사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이 기간이 도과하도록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원래 지급해야 하는 퇴직금보다 적은 액수의 퇴직금을 지급한다면 퇴직금 미지급으로 볼 수 있다.
요즘에는 퇴직금 계산기 등도 잘 발달해 있어 근로자 혼자서도 진정 절차를 어렵지 않게 밟을 수 있다. 그런데 고용노동부가 퇴직금 미지급 사실을 인정하고 근로자에 대하여 체불임금 확인원을 발급하고 사업주에게 시정 지시를 한다 해도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용자가 있다. 사업주가 시정 지시를 무시하면 사업주를 형사 고발할 수는 있지만 미지급된 퇴직금을 강제로 지불하게 만들 수는 없으므로 민사소송 및 가압류를 같이 진행해야 권리 구제를 속히 받을 수 있다.
결국 퇴직금을 하루라도 빨리 받기 위해서는 민사소송을 통해 판결 등 집행권원을 확보하여 강제집행을 진행해야 한다. 미리 고용노동부 진정을 거쳤다면 근로감독관으로부터 체불임금 확인원을 발급받아 소송에서 승소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다. 단, 강제집행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서는 적절한 가압류 절차가 필요하다.
경영 상황이 악화되어 기업이 파산하여 퇴직금을 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때에는 체당금 제도를 활용하여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원래 퇴직금은 사업주가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체당금 제도에서는 고용노동부 장관이 대신 근로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해 준다. 단, 최소한의 퇴직금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이므로 퇴직금 전액을 모두 지급받기는 어려울 수 있다.
법무법인YK 조인선 노동전문변호사는 “안타깝지만 형사 처벌을 각오하면서까지 퇴직금을 미지급하거나 임금을 체불하는 경우가 많아 고용노동부 진정만으로 퇴직금,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사업주가 개인 재산을 처분하거나 은닉하기 전, 민사소송 및 가압류 등 보전처분을 함께 진행하여 신속하게 집행 재산을 확보해두고 적극적인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환 글로벌에픽 기자 lsh@globalep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