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3(토)

계명대 의대 교수도 사표 제출 시작…29일까지 규모 커질 전망 진료 축소에 환자 불안감 커져…전국서 '의료 정상화 촉구' 집회

한 대학병원에 붙은 호소문 (사진=연합)
한 대학병원에 붙은 호소문 (사진=연합)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에 반발한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이 27일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6주간 이어지고 있는 의료 공백 사태 속 현장에 남은 의료진은 과도한 업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의료현장에서는 일부 교수들은 제자인 전공의에 대한 처벌을 좌시할 수 없다는 취지에는 동의해 진료 축소 등 집단행동에는 동참하지만 경제적인이유,의료대란 등으로 사직서 제출을 망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시한 의정(醫政) 간 대화창구 마련도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이를 지켜보는 환자들은 '사태 장기화'에 울분을 터트리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남대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전날까지 비대위에 사직서를 전달한 교수는 총정원 283명 중 50여명이다.

조선대는 의대교수 161명 가운데 33명이 사직서를냈다.

900∼1천명의 교원이 재직하는 울산의대의 경우 교수 433명의사직서가 대학 측에 제출됐다.

제주대는 이날 오전까지 의과대학 교수 153명 중 10여명이 사직서를 냈다.

충남 천안의 순천향대 천안병원에서는 233명 의대 교수 가운데 지금까지 100명 안팎의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충북대병원도 교수 200여명 가운데 최소 60명 이상이사직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원대학교 의대 겸직교수 1명은 전날 직접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남 경상국립대 의대에서는 이날까지 전체 260여명 중 25명의교수가 사직서를 냈다.

전공의와 의대생에게 피해가 갈 경우 사직서를 내겠다고 뜻을 모았던 계명대 의대 교수들도 이날 오전부터 개별적으로 사표를 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 의대 교수들이 대부분 29일까지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할 예정인 가운데, 이번 주까지 사직서를 제출하는 교수들의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전공의 이탈 사태 장기화로 현장에 남은 의료진의 업무 부담은 커져가고 피로감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진료 축소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충북대병원의 한 정형외과 의사는 "무릎 수술을 담당하고 있는데 전공의가 없어 이번 달에수술을 한 건도 못 했다"며 "앞으로 해야할 환자 수술도 두 달 치나 미뤘고 신규 외래 환자도 막은 지 이미 오래"라고 상황을 전했다.

충북도 내 유일한 신생아 집중치료실과 응급실은 남은 의료진들이 3∼4일에 한 번씩 당직 근무를서가며 운영되고 있으나 의료진 피로가 누적돼 언제까지 지속 가능할지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배장환 충북대병원·의대 비대위원장은 "필수과교수들의 경우 잦은 당직 근무로 쓰러질 판"이라며 "중증 환자들을 위주로 진료하며 주 52시간제를 근무를 실시하는 방안을 고민하고있다"고 밝혔다.

김대중 아주대 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도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게시글에서 "종합병원이 그나마 (상급종합병원의) 역할을 해주면서 (의료 현장이) 균형을 찾아가는 것 같지만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며 "상급종합병원교수들이 지치고 힘들어서 외래를 줄이고 있고 사직서를 하나둘 내기 시작했다"고 우려했다.

제주대 의대 교수협의회는 과업으로 피로도가 누적되다 보니 외래 진료를 개인적으로 축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도는 의료진 부족에 대비해 지난 21일 제주대병원과 제주한라병원에 공보의 5명을 파견한 데 이어 25일에도 제주대에 군의관 2명을 긴급 파견했다.

전남대와 조선대 의대 비대위는 사직서 수리 전까지 중증·응급 관련 부서부터 '52시간 준수' 형태의 준법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각 병원에서는 내주부터 교수들의 근무 시간 축소가 가시화할 것으로 보고 대응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전북대병원은 최근 병원에 의료계 현황 문제로 일부 진료과 진료 시간이 제한됨에 따라 '환자 여러분의 양해를 부탁 드린다'는 안내문을 부착했다.

안내문에는 안과 응급진료가 오전 9시부터 18시까지, 성형외과 응급진료가 7시부터 22시까지이외 시간에는 응급 수술을 제외한 다른 진료가 불가하다고 안내했다.

사직서를 제출한 일부 교수는 호소문을 통해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재환 충남대 심장내과 교수는 전날 사직의 변을 통해 "매년 100일씩 당직하며 필수 의료 분야에서 일해왔지만, 저를 지탱해왔던교수로서 자부심과 보람은 무력감과 자괴감으로 바뀌었다"며 "이제 교수직을 내려놓으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학병원 외래는 오늘도 경증 환자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장시간의 대기와 3분 진료에 만족할 분은 없을 것"이라면서 "불합리한 현실이 언젠가는 개선될 것으로생각했지만, 엉뚱한 2천명 증원과 전공의 사직으로 희망이무너졌다. 의료의 미래가 사라진 이 땅에서 필수 의료에 몸담을 자신이 없다"고 토로했다.

울산의대 교수협 비대위도 전날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사직서가 수리되기 전 정부가 2천명이라는 근거 없는 족쇄를 풀고 진정성 있는 대화의 장을 마련하도록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와 진료를 계속 받아야 하는 환자와 보호자들은 장기화된 의료 사태에 울분을 토로하고 있는 상황이다.

4기 유방암 판정을 받은 60대 어머니를 모시고 충북대병원종양혈액내과를 방문한 딸 A(30대)씨는 "수술이 불가능한 단계라 최소 3주에 한 번씩은 항암치료를받아야 하는데 교수들마저 그만두면 이 주기가 길어질까 봐 너무 불안하다"며 의·정 갈등으로 아픈 환자를 고문하고 있다고 토로 했다.

그는 "어떻게 환자 생명을 가지고 그러는지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환자가 안심할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신장내과에서 만난 70대 전모씨는 "신장 기능이 15%밖에 남지 않아 매달 정기 검진을 오는데, 투석을 받아야 하는상황이 머지않아 올 수도 있다고 한다"며 "교수들이사직하면 우리 같은 환자들은 죽으라는 거냐"며 성토했다.

부산의 한 대학병원에서 유방암을 진단받은 B(70대)씨는수술을 위해 추가 검사를 받아야 하지만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수술 일정은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다.

B씨는 "나의 건강 상태를 잘 알고 있는 의사에게계속 진료를 받고 싶기도 하고, 나이가 있다 보니 새로운 병원을 찾아 진찰을 받는 것도 부담스럽다"며 "정부와 의료계가 서로의 입장만 주장하고 있다면서 환자의 시급함은 고려하지 않은 채 현실에서 버려지는 느낌을 받는 환자로서 답답한 노릇"이라고 울분을 터트렸다.

이종민 글로벌에픽 기자 go7659@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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