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에픽 유병철 기자] 배우 김지연이 연기 변신으로 자신의 진가를 증명해 보였다.
2016년 그룹 우주소녀로 데뷔한 김지연은 보나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김지연에게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타이틀은 늘 부담이었을 터. 매 작품 빛나는 존재감을 보여준 김지연이 티빙 오리지널 ‘피라미드 게임’을 선택하며 변화를 꾀했다.
“너무 감사해요. 행복한 한 달을 보냈어요. 뒤에 이야기를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전화 와서 뒤에 어떻게 되냐고 스포일러를 물어보긴 했는데 모르고 보시는 게 재밌을 거 같아서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않았어요. 댓글 하나하나를 해석할 수는 없어서 자세한 반응은 잘 모르지만, 인스타그램 댓글만 봐도 외국어가 많이 늘어났어요. 순위가 높다고 해서 감사해요.”
‘피라미드 게임’은 한 달에 한 번 비밀투표로 왕따를 뽑는 백연여고 2학년 5반에서 학생들이 가해자와 피해자, 방관자로 나뉘어 점차 폭력에 빠져드는 잔혹한 서바이벌 서열 전쟁을 그린 드라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어요. 장르물에 첫 도전이었어요. 처음 대본 읽었을 때 흡인력이 좋았어요. 바로 4부까지 다 읽었는데 ‘소재가 너무 신선하다’고 생각했죠. 주인공이 마냥 착하지 않아서 마음에 들었어요. 학교 폭력은 어떠한 것으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는 게 메시지인데, 따라한다는 부분에 안타까워요. 모두가 경각심을 가지고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김지연은 극 중 게임 타깃에서 서열 피라미드를 깨부수는 ‘게임 저격수’로 각성하는 전학생 성수지로 시청자들과 만났다. 피라미드 게임이라는 어마 무시한 규칙이 있는 백연여고로 전학 오게 되고,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는 백하린에 맞서며 불공평한 게임을 부수려고 한다.
“실제로는 학교 다닐 때부터 연습생 생활을 해서 학교에 대한 추억이 많지는 않아요. 성수지처럼 용기를 내기는 어려운 만큼 더 멋지게 느껴졌어요. 용기 냈던 장면을 더 멋있게 촬영하고 싶었던 기억이 있어요.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해요.”
성수지는 직업 군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온 탓에 자주 전학을 다닌 캐릭터로 설정됐다. 친구도 계산적으로 사귀는 매우 이성적이고 영민한 게 특징이다.
“수지는 당하고만 있는 캐릭터가 아니라서 속 시원하게 즐겁게 연기했어요. 수지의 성격을 최대한 맛있게 살리려고 노력했죠. 성수지와 나는 감정적이기보다는 이성적인 부분이 닮았어요. 촬영하다보니까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생각하는 게 비슷해요. 내 본체도 이렇게 생각했을 것 같아서 신기했어요. 다른 부분은 정말 맞서 싸우는 부분이죠. 학교라는 집단 안에서의 싸우는 게 쉽지 않아서 성수지가 멋있었어요. 성수지가 점점 바뀌는 것처럼 나도 용기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비주얼부터 원작 웹툰을 찢고 나왔다는 평가를 받으며 관심을 한 몸에 받은 김지연은 훨씬 더 성장한 눈빛과 표정 연기, 발성과 딕션으로 몰입도를 높이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세상에는 마냥 착하기만 한 사람도, 정의롭기만 한 사람도 없지 않나요. 캐릭터가 어느 한 모습으로 치우쳐 보이지 않기를 바랐어요. 수지는 속으로 느끼는 말과 겉으로 내뱉는 말이 자주 달랐던 것 같아요. 수지가 나빠 보이거나, 여우같아 보이지 않고, 그때마다 최선의 선택을 내리는 아이로 비칠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극 중 김지연의 중지 손가락을 올리거나, 맛깔난 욕설을 내뱉는 욕설 연기는 화제를 모았다. 그의 어둡고 다소 거친 연기는 새롭게 다가왔다.
“제작발표회 당시 평소에 한 번도 안했다고 했는데 기사로 나갔더라고요. 최대한 현실감 있게 하려고 노력을 했어요. 경상도 출신의 억양이 좋은 작용을 하지 않았나 싶어요. 너무 시원했어요. 행동이 아닌 말로 반격을 하다 보니 당하기만 하다가 그렇게 내뱉어서 시원했어요. 욕하는 캐릭터를 꼭 해보고 싶었어요. 강한 캐릭터를 꼭 해보고 싶었고, 완전한 장르물까지는 아니어도 경험해보면서 욕심이 생겼어요. 다크한 역할도 해보고 싶고, 정말 쎈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피라미드 게임’은 사이코패스 악역인 백하린을 연기하는 배우가 그룹 아이브 장원영의 친언니 장다아라는 소식이 알려지며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장다아 역시 신인 같지 않은 연기력으로 호평 받았다.
“장다아, 장원영과 같은 회사라서 알고는 있었어요. 비슷해서 신기하고, 달라서 신기했어요. 각자의 매력이 뚜렷해서 신기했죠. 처음에 봤을 때 외적으로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이야기를 해 보고 다른 점들이 많다고 느꼈어요. 장다아와 백하린은 너무 달라요. 순둥순둥하고 예의 바른 친구인데 현장에서는 재미있게 잘 찍었어요. 어떻게 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면 서로 맞춰갔어요. 살벌하게 찍진 않았어요.”(웃음)
현장에서 느끼는 분위기가 그의 연기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현장에 있을 때가 제일 행복하다는 여배우다. 때문에 ‘피라미드 게임’은 김지연에게 특별한 경험이었다. 운명공동체라는 생각을 한 듯 했다. 촬영장에서 느낀 그 묘한 호흡을 잊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동안은 선배님들과 작품을 많이 했고, 그 분들이 너무 멋지셔서 내가 나중에 저렇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부담이 있었어요. 막상 촬영을 시작하고 보니 각자 자기 롤을 열심히 잘 해줘서 걱정할 필요가 없었어요. 같이 잘 만들어가고 싶은 마음으로 함께 했어요. 감사하게도 친구들이 저를 너무 좋아해줬어요. 그런 것들이 많아요. 내가 유행하는 것들에 대해 잘 몰라서 ‘이런 게 있었어’라는 반응을 많이 했어요. 학교물 특성으로 교실에서 다 같이 있으니까 학교 다니는 것처럼 하니까 친분이 쌓였어요.”
우주소녀 활동 당시에도 청순한 외모로 화제를 모은 김지연은 2017년부터 배우로 입지를 다져왔다. 첫 주연을 맡은 드라마는 KBS2 ‘란제리 소녀시대’였다. 이후 배우로서 크게 인정받은 작품은 2022년 2월에 방송된 tvN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이다. 후속작으로 2023년 3월에 방영된 MBC 드라마 ‘조선변호사’에서 1인 2역을 자연스럽게 소화하며 첫 사극임에도 불구하고 전달력 높이는 발성과 발음으로 호평 받았다. 그리고 ‘피라미드 게임’까지 장르물로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며 스스로 가치를 높이고 있다.
“고민을 ‘스물다섯 스물하나’에 함께 출연한 (김)태리에게 많이 털어놓고 물어보는 편이에요. 생각이나 고민을 이야기하면 ‘하길 잘했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포인트를 짚어주기보다는 내가 먼저 뭘 이야기하면 경험에 빗대어서 이야기를 해줘요.”
기존에 쌓아왔던 이미지에서 한 발 내딛어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배우들은 안다. 다음 작품을 통해 우리는 김지연의 어떤 모습을 보게 될까. 거듭날 그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그동안은 저와 비슷한 캐릭터들을 연기했는데, 다음 작품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역할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저는 배우로서 여러 단계를 차근차근, 단단하게 채워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작품마다 정말 애정을 쏟으면서 촬영하고 있어서, 매 순간 조금씩은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진 제공 = 티빙]
유병철 글로벌에픽 기자 e ybc@globalepic.co.kr/personchose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