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대화 제안을 두고 의사단체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실제 대화가 성사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올 2월 이후 40일 넘게 침묵하고 있는 전공의들이 실제 대통령과 대화의 자리에 나설 경우 어떤 의견을 내놓일지도 주목된다.
4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의료계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연이은 대화 제안에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일단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의협 측은 대통령과 전공의들의 만남 가능성을 두고 "긍정적으로 예상한다"며 "지난주 의협 비대위에서 제안한 대통령-전공의 직접 만남을 진행하겠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도 거의 매일 회의하고 있다. 전공의 대표가 동료들의 의견을 듣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전공의들이 대통령과의 만남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직하지 않고 의료 현장에 남은 한 전공의도 연합뉴스에 "총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전공의와 대화했다'고 보여주기식 만남을 하고, 전공의들의 의도를 곡해하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도 했다"면서도 "대전협 등 대표단을 구성해 대화 테이블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전공의들이 섣불리 대통령과 대화에 나서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전공의들이 주장해온 의대 증원 및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백지화부터 정부가 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전공의는 "대부분의 전공의는 정부가 '증원 철회' 조건을 말하지 않는 이상 만나기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만날 수밖에 없는 조건이 만들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만나게 된다면 무조건 생방송으로 해야 한다. 녹화 방송은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공의들을 가르쳐온 한 수련병원의 교수도 "전공의들을 부르려면 '2천명'을 고집하지 않고, 전공의들이 반대하는 모든 정책을 일단 유예하겠다고 명확하게 선언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대통령과 전공의 간 대화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지는 상황에도 의대 교수들의 사직 행렬은 계속되고 있다.
강원대병원 교수들은 이날까지 내과 의국에 마련된 사직서함에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낼 예정이다.
단국대병원에서는 전임 교수의 약 60%인 80여명의 교수가 사직서를 냈다.
이 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는 "제하분주(濟河焚舟) 심정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제하분주는 '적을 치러 가면서 배를 타고, 물을 건넌 후 그 배를 태워버린다'라는 필사의 각오를 뜻하는 말로, 교수들이 쉽게 병원에 돌아가지 않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전공의 이탈이 장기화하면서 남은 교수들의 피로가 누적되자 광주의 일부 병원에서는 응급실 순환 당직제 논의를 시작했다. 순환 당직제가 시행되면 응급환자를 당직 병원이 맡아주고, 다른 병원은 담당 의료진에게 휴식을 부여할 수 있다.
대형병원의 주 52시간 근무와 개인 병의원의 주 40시간 근무 등 진료 축소는 이날도 이어진다.
대전성모병원 응급실은 소아과·성형외과 진료가 불가능하고 산부인과·안과 응급 수술도 어려운 상황이다.
분당서울대병원에서는 소속 다수 교수가 외래 진료 일정을 뒤로 연기해달라고 병원 측에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성수 글로벌에픽 기자 lss@globalep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