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 지속에 소상공인 대상 금융기관 대위변제액과 정책자금 부실액이 증가했지만,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의 신청자는 제자리걸음인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신용보증기금(신보)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해당 기관에서 대위변제한 대출 건수와 금액은 2천826건, 37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2월의 1천258건, 189억원에 비해 각각 2.2배, 2.14배로 늘어난 수치다.
연간 합산으로는 2022년 1조1천509억원이었던 대위변제액이 지난해에는 2조386억원으로 77%나 증가했다.
대위변제는 차주가 원금을 상환하지 못할 때 신보 등 정책기관이 은행 대신 빚을 갚아주는 것이다.
이런 대위변제 증가는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서민 생계가 어려워지면서 상환능력이 떨어지며 빚 부담이 가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소상공인 상환 능력 악화는 정책자금 부실률 상승·부실금액 증가로도 확인할 수 있다.
소상공인진흥공단의 '정책자금 연체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소상공인 정책자금 부실률(3개월 이상 연체·기한이익상실 금액)은 9.98%로 전년(2.79%) 대비 7.19%포인트(p) 상승했다.
부실금액도 같은 기간 2천195억원에서 8천240억원으로 6천45억원(275.3%)이나 증가했다.
부실징후기업(15일 이상 연체·기한이익상실 기업)은 같은 기간 3만7천735곳에서 8만4천725곳으로 4만7천391곳(126.9%) 불었다.
이처럼 소상공인의 빚 부담이 증가하고 있지만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의 채무조정을 위해 출범한 새출발기금의 실적은 제자리걸음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2월 새출발기금 신청자수와 채무액은 각각 4천339건, 7천38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2천650건·5천120억원)보다 1천639건(63%), 2천267억원(44%)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올해 2월을 제외한 새출발기금 실적은 출범 첫달(2022년 10월) 신청자수 7천958건, 채무액 1조1억520억원을 기록한 뒤 월 신청자수 약 2천∼3천명, 월 채무액 4천∼5천억원대를 기록해왔다.
이처럼 새출발기금 신청이 답보 상태를 이어간 데는 부실우려차주(장기 연체 가능성이 큰 차주)가 채무조정 시 신용정보에 해당 내용이 등록되는 등 불이익을 겪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금융기관 동의를 받지 못할 경우 캠코에서 해당 채권을 매입(대위변제)해서 채무조정을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신용 정보에 채무조정 내용이 반영돼 차주에게 불이익이 생길 수 있었다.
이에 금융당국은 부실우려차주가 금융기관의 동의를 얻지 않고 채무조정이 이뤄져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이달부터 신용평가방식을 개선한 바 있다.
오기형 의원은 "다중채무 소상공인들을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면서 "장기·분할상환 대출 프로그램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수환 글로벌에픽 기자 lsh@globalep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