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법원에 제출한 '의과대학 정원 증원 근거자료'를 두고 "2천명 증원에 대한 근거와 논의가 없었다"는 의사들의 주장과 "2035년 의사 1만명이 부족하다는 추계에 대해 의사단체와 논의해 왔다"는 정부의 입장이 맞서고 있다.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12일 정부가 지난 10일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한 의대 증원 근거 자료 내용을 공개했다. 이 변호사는 의대 증원·배분 결정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집행정지 신청을 낸 의대생과 교수, 전공의들의 대리인이다.
정부가 낸 자료는 '2천명'의 근거가 된 연구보고서 외 주요 보건의료 정책을 심의하는 법정 위원회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록과 교육부 자문 '의대정원 배정위원회' 회의 결과 자료, 대학 수요조사 검토를 담당한 '의학교육점검반'의 활동 보고서 등 49건이다.
이 변호사 측은 이중 '2천명'이 구체적으로 언급된 문서는 증원분이 발표된 당일인 2월 6일 진행된 보정심 회의록이 유일하며, 회의록에 따르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천명 증원을 언급하자 일부 위원은 "전문위원회나 토론 없이 이 회의에서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브리핑에서 2천명이라고 할 것인데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비판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이어 정부 제출 자료에 대해 "한두 개를 제외하고는 거의 이미 공개된 언론 기사와 보도 자료였다"며 '2천명 증원'의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복지부는 설명 자료를 내고 "증원의 기초가 되는 의사수급 전망(2035년 1만명 의사부족)은 3명의 추계전문가가 독립적으로 한 연구에서 공통 전망한 결과로서, 추계 결과에 대해 대한의사협회(의협)와의 양자협의체인 의료현안협의체에서 4차례 회의했고 지난해 6월 공개포럼에서 논의도 했다"고 반박했다.
김국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해당 보정심 회의에서 처음 공식적으로 2천명을 언급한 것은 맞지만, '1만명 부족'은 계속 논의됐다. 역으로 계산해보면 (2025학년도 입학생이 졸업하는) 2031년부터 2천명씩 5년 동안 배출해야 1만명이 채워지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보정심 산하 의사인력전문위원회에서도 추계결과에 대해 논의했고 지난해 10월 제5차 회의에서 위원들이 2025학년도 증원 규모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또 보정심 위원들 대다수가 2천명에 찬성했다고도 말했다.
복지부는 "(증원을 확정한) 2월 6일 보정심 회의에는 전체 25명(위원장 포함)의 위원 중 의협 등을 제외한 23명이 참석했고 19명은 2천명 증원에 찬성했다"며 "의사인 위원 3명을 포함해 4명이 반대했으나 반대의 경우에도 규모에 대한 이견으로 증원 자체에는 찬성이었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의료계가 첨예한 공방을 이어가는 가운데 의대 교수들은 정부가 법원에 제출한 자료를 공개하고,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을 검증·평가해 국민에 알리기로 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측은 13일 오전 정부 자료를 배포하고 대한의학회와 함께 오후 1시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지난주 발족한 '(의대 증원) 과학성 검증위원회' 기자회견을 연다.
과학성 검증위원회는 정부의 의사 인력 추계와 지역·필수의료 정책 등이 과학적·합리적 근거에 기반했는지 평가하기 위해 구성됐으며, 이날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전의교협 관계자는 "정부 측이 제출한 자료를 검토해 정부 주장에 허구성이 있다는 것과 증원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의교협과 대한의학회는 이외에도 의료개혁 과제를 논의하는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대한 입장 등을 밝힐 예정이다. /연합뉴스
이성수 글로벌에픽 기자 lss@globalep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