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의 중국산 전기차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 지각변동을 몰고 왔다.
'전기차의 제왕' 자리를 고수해왔던 세계 최대전기차 제조업체인 테슬라의 아성을 중국 전기차업체인 비야디(BYD)가 무너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비야디는 승용 전기차 기준으로 237만대를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 세계에서 팔린 같은 승용 전기차 가운데 무려 41%를 차지하는 비율이다.
또 2008년 비야디가 전기차를 생산하기 시작한 이후 누적 판매량이 업계 최초로 600만대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자타공인 세계 1위 전기차 제조업체인 테슬라도 해내지 못한 실적이다.
이런 가운데 올초 비야디는 신형 시걸(Seagull)을 출시했다. 미화 1만달러(한화로는 약 1천300만원)에 불과한 가격으로 내놓은 신형 시걸은 테슬라와의 격차를 더 벌리기 위한 비야디의 야심작으로 시장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그야말로 '가성비의 전기차'로 불리는 신형 시걸은 벌써부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당초 업계는 다른 전기차에 비해 시걸의 성능이 뒤처진다는 점에서 저렴한 가격에도 큰 인기를 얻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시걸의 성능이 가격 대비 우수한 것으로 평가됐고, 최근 판매량은 손익 분기점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경제전문매체인 CNBC는 지난 3월 22일(현지시간) 시걸에 대해 "예상외의 매출 호조와 비야디의 해외 시장 진출 확대로 미국 디트로이트와 텍사스에서 독일과 일본에 이르기까지 자동차 업계와 정치인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업계에서는 각국 정부의 견제 속에서도 비야디가 결국 '저가 공세'를 통해 대부분의 해외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미 중국 내수 시장을 장악한 비야디는 태국과 브라질, 인도네시아, 헝가리 등에 생산시설을 구축하며 해외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의 공세가 심상치 않다고 보고 초강경 대응에 나섰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0일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100%로 4배 상향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조만간 이런 내용을 포함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검토에 따른 보완 조치 사항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전세계 모든 국가가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를 올리면 한국에 이익이지만, 관세가 전기차 대신 부품을 겨냥하면 한국이 손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12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는 최근 연구 보고서에서 세계 각국이 중국산 전기차 등에 대한 관세를 20% 인상할 경우 한국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수출이 미국(13.6%)에 이어 두번째인 10.0%의 증가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반면 세계 모든 국가가 중국산 전기차 부품에 대한 관세를 20% 올리면 한국의 경우 전기차 생산이 11.4%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연합뉴스
[안재후 글로벌에픽 기자/anjaeho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