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각기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한곳에 모이는 군대 내에서는 크고 작은 갈등이 발생한다. 게다가 계급이 가장 우선시 되는 사회이기 때문에 민간에서는 대화나 합의를 통해 풀어갈 수 있는 문제도 군대 내에서는 주먹다짐으로 번지기 일쑤다. 일명 ‘군기’를 잡겠다는 이유로 하급자를 폭행하는가 하면, 주먹으로 때리지 않았다 뿐 가혹한 행위가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군대 내의 폭력은 상습적으로 발생, 관습화되기 쉽다는 특성까지 갖고 있다.
통상 폭행 사건은 형법상 폭행죄가 적용된다. 사람의 신체에 대해 폭행을 가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다만 폭행죄는 피해자의 명시적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피해자와 가해자가 합의를 하여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철회하면 처벌을 면할 수 있다.
군대 내에서 발생한 폭행도 기본적으로 형법상 폭행죄가 적용된다. 하지만 군형법에 규정되어 있는 몇몇 사안에 대해서는 형법 대신 군형법이 적용되며 이 경우, 처벌이 대폭 무거워진다. 군형법상 폭행 혐의가 적용되었을 때 처벌이 가중되는 이유는 군대 내 폭행이 군인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인 동시에 군 전체의 기강을 흐트러트려 군기를 문란케 하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군형법이 적용되는 폭행죄로는 상관에 대한 폭행, 초병에 대한 폭행, 직무 수행 중인 군인 등에 대한 폭행 등이 있다.
상관을 폭행한 사람은 가장 가벼운 처벌을 받는다 하더라도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며 초병에 대한 폭행을 한 사람도 역시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직무수행 중인 군인 등을 폭행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러한 군형법상 폭행죄의 특징은 적전인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처벌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적전, 즉 적과의 전투를 앞두고 있거나 진행 중인 상황에서 아군끼리 폭행을 저지르면 이는 군 전투력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처벌이 무거워지는 것이다.
상관이나 초병, 직무수행 중인 군인 등이 아닌 군인을 폭행하는 때에도 군형법이 적용될 수 있다. 폭행이 지나쳐 군인으로서 견디기 어려운 수준의 육체적 고통을 가했다면 가혹행위로 인정되어 가중처벌을 받게 될 수 있다. 위력을 이용한 가혹행위 시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직권을 남용해 가혹한 행위를 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국방부 군검사 출신의 법무법인YK 배연관 형사전문변호사는 “군사기지나 군사시설, 군용항공기, 군용에 공하는 함선 등에서 군인 간 폭행이 발생할 경우, 반의사불벌죄 조항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형법상 폭행죄 혐의가 적용된다 하더라도 처벌에 이를 가능성이 커진다. 군인과 군인 사이의 폭행은 결코 쉽게 풀어갈 수 없으므로 이를 가볍게 여겨 대응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환 글로벌에픽 기자 lsh@globalepic.co.kr